하네다공항 항공기 충돌사고에서 배울 점
신년 벽두부터 일본에서 대규모 재난과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새해 첫날 오후 이시카와현에서 규모 7.6의 대형 지진과 함께 쓰나미가 발생해 55명(3일 오전 현재 집계)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이어 둘째 날에는 도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항공기 충돌사고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을 출발해 하네다공항으로 들어오던 일본항공(JAL) 여객기는 C활주로로 착륙한 직후 주행 중 같은 활주로에서 대기 중이던 해상보안청 소속 항공기 후미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충돌로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폭발, 시뻘건 화염이 치솟았다. 이어 여객기에도 불이 붙어 화염에 휩싸였다.
해상보안청 소속 항공기에는 조종사를 포함 6명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조종사만 부상을 입은 채 탈출했고 나머지 5명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해당 항공기는 전날 대형 지진이 발생한 이시카와현으로 구호물품을 싣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379명이 타고 있었는데 전원 비상탈출에 성공했다. 여객기에 불이 붙어 객실 내부에 흰 연기가 차기 시작했으나 승무원들과 탑승객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비상 탈출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사고 원인은 무엇일까? 여객기 조종사는 활주로에 착륙하기 전, 활주로에 대기 중이던 항공기를 왜 보지 못했을까? 관제탑과의 교신에 문제는 없었던 걸까? 일본항공은 승무원이 관제탑으로부터 착륙 허가를 받아, 복창하고 착륙 조작을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3일 오전)의 조사 내용으로는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관제탑의 허가 없이 활주로에 진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이라면 이번 사고는 결국 인재였던 셈이다. 기본적으로 활주로에는 비행기 한 대만 있는 것이 원칙인데, 관제탑의 승인 없이 진입한 것이 참사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당시 수백 톤에 달하는 대형 여객기(A350)는 시속 250km로 착륙했고 바퀴가 활주로에 닿자마자 연료를 가득 실은 항공기 후미를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큰 폭발이 발생, 대형 화재로 번졌다.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잿빛 연기가 피어오르는 위험천만한 순간에도 여객기 승무원들의 대응은 침착하고 신속했다.
비상구를 개방, 탈출용 튜브하강기를 내리고 승객들을 차례차례 탈출시켰다. 그렇게 379명이 모두 무사히 비행기를 빠져나왔다. 10여 명이 탈출 과정에서 타박상을 입은 것 외에 큰 부상자는 없었다.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 5명의 사망은 매우 안타깝지만 일본항공 여객기 탑승자의 전원 무사고 탈출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한 사고였으니 말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평소의 훈련 덕분이다.
일본 항공사는 평소 비상 탈출 훈련을 철저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 모두 1년에 최소 한 번은 비상탈출 훈련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만석 상태에서 한쪽 문만 열고 승객 전원을 90초 내에 비상 탈출시키는 훈련이다. 정기적이고 철저한 훈련이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됨에 따라 참사를 막아낸 것이다.
이웃 일본에서 발생한 사고를 계기로 우리도 항공 안전 문제를 재점검해야 한다. 관제탑 교신에 문제가 없는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원천적으로 생기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성도 따져봐야 한다. 승무원들에게 비상 탈출 훈련을 실제상황처럼 치밀하게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승객들을 위한 비상 탈출 요령도 건성으로 하지 말고 실제 상황에 즉각 적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 교육 매뉴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