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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Jan 04. 2024

'나 혼자 산다' 천만 명 시대

나 혼자 산다 천만 명 시대 

이제 막 직장인이 된 27살 성춘향(가명) 씨는 서울 송파구 원룸에서 혼자 산다. 지방에서 나고 자라고 대학을 나온 뒤 일자리를 서울에서 구했다. 21년 차 직장인 46살 홍길동(가명) 씨는 최근 서울 마포구로 이사했다. 6평 남짓 오피스텔을 구해 잠만 잔다. 경남에서 살고 있었지만 인사 발령으로 서울에 근무하게 되면서 아내와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며 주말부부 생활을 하게 됐다. 70대 후반인 신사임당(가명) 씨는 서울 동작구 주택에서 혼자 산다. 5년 전 배우자와 사별한 이후 혼자다. 출가한 자식들이 명절 때를 비롯해 한 달에 한두 번 찾아오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지낸다. 모두들 1인 가구다. 

이처럼 '나 혼자 산다'의 주인공 같은 1인 가구가 1년 새 21만 넘게 늘었다. 나 홀로 거주자 전체는 모두 993만여 명. 올 연말까지 천만을 넘길 태세다. 주민등록상 전체 가구 수는 2천391만. 1인 가구 비중이 4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4%에서 무려 6% 포인트 늘어났다.  

'나 혼자 산다 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는 첫째, 지역 붕괴와 인구 이동에 따른 수도권 과밀화 등 도시화를 꼽을 수 있다. 둘째로는 비상식적 집값 상승과 사교육비 육아비용 등 경제적 요인이다. 셋째는 경제적 부담에 따른 실질적 결혼 포기나 독신주의 증가와 같은 사회 문화적 요인이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에 기인하는 현상은 지역불균형의 가속화 및 지역소멸, 사회적 고립 및 고독사 등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 당국과 지역사회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의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27살 성춘향 씨처럼 일자리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은 지방의 경제와 인구 구조를 왜곡시키는 악순환을 가속화한다. 말 그대로 지역 붕괴를 넘어 지역이 아예 사라지는 소멸로 가게 된다. 지역은 사라지고 수도권은 더 과밀화 된다. 주거비용은 상승하고 이는 1인 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젊은 층의 1인가구 증가는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나이가 차면 결혼해 아이들 낳고 오순도순 사는 것을 당연시하던 중장년 세대와 달리 지금의 젊은 세대는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긴다. 나 하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느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결혼한다 해도 아이는 부담된다, '딩크족'으로 즐기며 살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도 그럴만하다. 신혼집 장만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젊은이들이 몇이나 될까. 수십 년을 월급 한 푼 안 쓰고 모아도 살 수 없을 만큼 올라버린 집값에 엄두를 못 낸다. 과도한 입시경쟁과 사교육비로 아이 하나 낳아 대학 졸업시키는데 몇 억이 든다는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결혼하지 않고 싱글로 자유롭고 여유롭게 사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할 만도 하다. 

위에서 언급한 46살 홍길동 씨는 서울로 근무지가 바뀐 김에 가족 전체가 서울로 이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는 서울이 훨씬 낫다는 생각에서다. 교육환경, 의료시설, 문화시설 등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지방보다는 서울이 좋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주말 부부 생활을 끝내고 1인 가구에서 벗어나 가족 재결합을 맞이하겠지만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소멸 위기 극복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역균형 발전이 시급하다는 걸 반증한다.

나 홀로 어르신들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된 지 오래다. 대가족 해체, 핵가족화 현상으로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집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늘다 보니 독거노인은 앞으로 더 늘 수밖에 없다. 1인 가구의 상당수가 미혼싱글과 독거노인이다. 자식들과의 교류도 줄다 보니 고독사도 증가한다. 생을 마감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부패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무연고 사망자도 적지 않다. 그만큼 각박한 세상이다.

외로움, 고독은 독거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 비대면 '뉴노멀'을 겪으면서 특히 젊은 세대들은 사회성이 결여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혼자가 편하지, 사람들과 뭔가 일을 같이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고객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직군의 경우 이직률이 높은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은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신림동 묻지 마 살인사건과 같은 흉측한 사건이 빈발한 것과 관련해 외로운 늑대형 범죄라는 한 전문가의 설명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범죄를 정당화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각박해져 가는 사회, 개인주의와 고립의 심화 현상이 그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우리는 이와 같은 1인가구 급증 시대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1인가구 증가의 원인과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회적 고립에 처한 사람들을 사회로 이끌어 내야 한다. 고독사가 빈발하지 않도록 독거노인 돌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요양사의 저소득층 노인 자택 방문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좀 더 촘촘하게 짜야한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결혼해 아이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저출산 현상을 젊은 세대들의 이기주의 탓으로 몰아가서는 곤란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저출산 해결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은 환영할만하다.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정말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 집행해 결실을 거둬야 한다. 

집값 안정화,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도 필수불가결한 대책이다. 대한민국의 장래와 미래 세대를 위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모든 것을 정부에 맡길 수는 없다. 지역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 외로움 극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젝트가 수행되어야 한다. 1인 가구들 위한 소셜다이닝을 비롯해 세대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 이웃이 고립되지 않도록, 고독감에 빠지지 않도록, 민과 관이 협업하는 지역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초고령화에 진입하는 2025년 이전에 맞춤형 대책이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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