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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디 Jun 09. 2018

3. 제발 캐리어를 보내주시오

매일매일 영어 스피킹 연습

묶인 캐리어 때문에 며칠 째 케이프타운에서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 "오늘 밤 비행기로 홍콩에서 보낼 거야~" 하면서 다음 날 오전에 도착했냐고 전화해보면 "어머? 안 보냈네? 오늘 밤에는 꼭 보내라고 말할게~"를 반복하고 있다. 

정말 지은이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지은이는 영어로 조목조목 따지기도 잘 하고 적당한 애교로 웃으며 마무리 지을 줄도 안다. 

난 영어 안 해놓고 뭐 했을꼬... 후회막심이다. 영어를 못 해서 어딜 못 간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얼굴 표정과 손 짓 발 짓으로 어떻게 되겠지?' 생각한 게 나 참 태평한 사람이었구나 싶다. 지은이와 용준이가 나 스피킹 연습시키려고 나한테 수화기를 넘겨주는데 참 막막하다. 몇 가지 표현 적어주고 그대로 말하게 시키다가 건너편에서 스크립트에 없는 말이 나오면 전화기를 바꿔 대답해준다. 이거 완전 실전 연습이잖아! 선생님 같은 친구들!

친구들이 아무리 연습시켜도 말하던 중간에 저 쪽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아직은 무섭기만 하다. 

아침에 전화해서 상황을 물어봤을 때 "Oh, I'm sorry" 어쩌고 소리가 나오는 순간 내 명치에서 뜨거운 것이 싸아하고 내려간다. 시각적 표현을 할 수 없는 전화통화에는 내 무장된 얼굴 근육이 속수무책이다. 나에게는 굳은 입만 남는다. 까만 수화기가 까만 벽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이틀에 걸쳐 준비한 나미비아 비자를 드디어 신청했다. 어제 수요일에 신청했으면 보통 금요일에 나온다던데 어제 엉뚱한 곳에 대사관을 찾으러 다녀서 시간을 날리는 바람에 오늘 목요일에 급속 발행으로 신청했다. 비싸지만 하루 만에 나온다고 한다. 따흑. 


마실 나갔던 워터프론트. 6월의 케이프타운은 종일 비가 오다 말다 오다 말다 한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나미비아 비자받는 법> 은 다음 장에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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