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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디 Jun 09. 2018

6. 펭귄 섬

펭귄이 사는 해변

@ 볼더스 비치. Boulders beach. Penguin Island. Republic of South Africa

2017.06.23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펭귄이 사는 곳. 
볼더스 비치는 케이프타운에서 남쪽 희망봉이 있는 케이프 반도로 내려가는 중간에 있는 해변인데 이 곳에는 3000마리의 펭귄이 산다. 해안도로를 따라 마을을 몇 번 지나고 큰 산을 몇 번 돌다 보면 비로소 나오는 곳.

땡볕이 이글대는 아프리카에 펭귄이 산다고? 남극 북극에 사는 펭귄이? 
의아해했는데 아프리카의 겨울이라는 6월에 와보니 수긍이 간다. 새벽에는 5도까지 온도가 떨어지고 가끔 서리까지 내려앉는 아프리카 대륙 맨 끝자락의 케이프타운. 특히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부근의 바다는 남극 빙하에서 녹은 물이 흘러오기 때문에 여름에도 물이 차가워 수영하기 어렵다고 한다.




아무리 겨울이어도 날씨가 맑으면 해변은 항상 눈이 부시다. 넘실대는 파도가 햇살을 실어다 주기 때문이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아장아장 노니는 펭귄들.
야행동물을 가까이서 보는 건 참 오랜만이다.
21살 때 채식을 2년 하고서부터는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을 가지 않는다. 자연에서 날고뛰어야 할 동물을 한 평짜리 상자에 가두어 전시하는 잔인함과, 길들여지지 않을 야생의 유전자를 동물원 운영시간에 맞춰 어거지로 끼워 넣는 가혹함 때문에.  조명 빛 아래 공포에 질린 생명을 진열해 놓은 곳. 홍등가의 불빛이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동물원에 갔던 건 뜻하지 않게 들른 일이었다. 
2년 전 엄마에게 서울 나들이를 시켜주겠다고 63 빌딩을 갔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아쿠아리움. 63 빌딩에 아쿠아리움이 있는 줄 몰랐다! 코엑스 아쿠아리움보다 규모는 훨씬 작았는데 콩고물만 한 아이들이 소풍을 왔는지 몇십 명씩 떼를 지어 다니며 동물쇼를 구경했다. 조련사 손 끝의 간식만 기다리며 지칠 줄도 모르고 자맥질을 해대는 물개들을 보며 값싼 쇼맨이라고 생각했다. 저임금 노동자.
나도 어린이 때는 낯선 모양의 동물들이 마냥 신기했었는데 이렇게 자라서 보니까 떨떠름하기만 했다. 나중에 아기 낳으면 내 아이는 절대 동물원 안 데리고 가야지...

그렇지만 여기는 머릿수부터 차이가 나네.
해변의 바위와 모래, 바다와 숲이 3000마리 펭귄의 것이고 사람은 2-30명 정도가 있는데 길은 정해진 나무데크 산책로를 통해서만 다닐 수 있다. 나는 펭귄에게 먹이를 줄 수도 없고 재롱을 바랄 수도 없다. 이종과 아무 교감도 관계도 맺을 수 없고 아무 기대도 할 수 없는 사이! 서로 아무 의무도 없고 나는 구경만 하다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홀가분하다.


놀이시간!

바둑알만 한 것들이 제들끼리 쪼고 싸우다가 몸을 부빈다. 물 빠진 모래밭에 아장아장 발자국을 찍다가 파도가 올라왔다가 쓸려나갈 때 같이 쓸려나가서 헤엄치고 놀다 온다. 얕은 바다에서 물장구치고 고꾸라지고 놀다가 다시 파도를 따라 뭍으로 밀려온다음 작은 팔을 부르르 떨며 물기를 턴다. 마른 모래로 올라가 엎드려 누워서 몸을 몇 번 우쑥우쑥 하면 몸 하나 쏙 들어가는 구덩이가. 

물놀이가 끝나고 졸음이 오는지 아이처럼 눈을 감고 잠든다. 
아이들 머리 위로 햇살과 구름이 번갈아 지나가네. 



펭귄룩

우리도 이제 공원에서 나갈 시간이 됐다. 

왔던 길로 곧장 나가기가 아쉬워 갈래길에서 숲 속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택했다.
바다가 펭귄의 놀이터였다면 숲 속은 집! 그중에서도 어린이들의 집이었다.
아직 몸집이 작은놈들이 바다에 첨벙 뛰어들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보다도 작은 솜뭉치들은 덤불 밑이나 나무다리 아래 틈에 숨어서 오소소 털을 털어댄다. 올망졸망한 눈들이 한데 모여 뭐가 무서운지 삐약삐약 운다. 우는 놈들을 향해 헐레벌떡 걸어오는 어미 펭귄이 보인다. 


그리고 더 작은 아기들은 집에 어미와 함께 있다. 
사람이 지어준 플라스틱 반 통 짜리 집!
엎어진 플라스틱 지붕에 숫자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그 집들이 신림동처럼 숲 속 작은 언덕에 빼곡하다.

자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람이 지어준 집에서 태어나 나고 자란다니!


369번지

볼더스 비치

Kleintuin Rd, Simon's Town, Cape Town, 7995 남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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