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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디 Jun 09. 2018

7. [34* 21' 24" 18* 29' 51"]

넘치는 파도

@ 희망봉. Cape point. Republic of South Africa
2017.06.23

케이프 포인트. 희망봉. Hope of Cape.
바스쿠 다가마 보다 먼저, 1488년에 디아즈가 원정 항해에서 희망봉을 발견하고 포르투갈로 돌아갔다.
디아즈가 '폭풍의 곶'이라고 객관적(폭풍+곶)으로 불렀던 곳을 포르투갈 왕이 국익의 희망을 담아 '그곳이 우리의 희망이다' 하여 '희망봉' (희망 +봉우리)이라고 이름을 바꾼다. 
하지만 아프리칸에게 희망봉은 절망의 곳이었지. 만약 서유럽인들이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지 않았다면, 아프리카도 아메리카도 제국주의의 식민지라는 역사를 피했을까?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는 의미 없는 상상을 해본다.

케이프타운에서 아래로 길쭉하게 이어진 곶을 따라 2시간가량 쭉 내려가면 그 끄트머리가 큰 봉우리로 뚝 하고 끊긴다. 아프리카를 내달리다가 갑자기 이 봉우리에서 끼익~! 끊기면서 바다가 쫙 펼쳐진다!
'케이프 포인트' 덕분에 희망봉을 아프리카 최남단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남단은 아래로 좀 더 내려가야 한다! 그곳에도 전망대가 있는데 우리는 희망봉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희망봉은 아프리카 대륙의 곶으로써 평야 끝에 우뚝한 봉우리가 험준하다. 케이프 포인트 국립공원에 진입해서도 30분을 울렁울렁 달리다가 바다 끝에 우뚝 솟은 절벽을 만났을 때 참으로 경이로웠다.
이곳에서의 햇빛은 정말 말도 못 한다. 비단결 같은 햇살이 펄럭이며 쏟아져와 봉우리와 해변 전체를 덮는다. 펄럭이는 햇살...

희망봉 가는 길에 있는 야생 타조 가족들



<케이프 포인트> 안내판을 지나 봉우리로 한참을 올라갔다. 
절벽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발을 허공으로 쭈욱 뻗어본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가락을 쫙쫙 펴본다.
왼발은 인도양의 바람, 오른쪽은 대서양의 바람이라고 혼자 생각하며 이 바람은 어떻게 다른가 발가락 사이에 안테나를 세워 느껴본다.
눅눅했던 발가락 사이사이로 작은 바람이 빨려 들어온다. 중국 계림의 협곡에서 바람이 세차지는 것처럼 내 발가락도 바람에게 골목이 되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고 빨려 나가는 듯한 느낌이 재미있다. 우레 같은 파도를 몰고 오는 바람도 발가락 사이에서는 작고 귀여워지는구나 ㅎㅎ

이곳은 두 대양이 만나는 곳이어서 조류가 사납다고 한다. 이 봉우리를 돌다가 침몰한 탐사선과 노예선이 많다고 하던데 과연 파도가 사납다. 캐리비안의 해적 - 플라잉 더치맨도 이 바다를 배경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파도에 깨져 죽은 망령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봉우리에 붙들려 영원히 떠돈다는 그림이 절로 그려진다. 

파도는 이 봉우리로 질주해와서, 부닥쳐서, 산산조각 난다. 불같이 화가 나는지 새하얀 파도로 바다를 하얗게 덮어버린다. 저놈들은 성질이 나면 앞뒤 안 가리고 물불 안 가리는 놈들이 틀림없다. 



하얀 거품이 바다를 숨긴다. 물의 깊은 색을 찾아보려는 순간 바로 다리 몰려와서는 꽁꽁 숨겨버린다. 바람이 파도를 따라 몰려왔다가 봉우리에 막히자 제들끼리 뭉쳐 돌아다닌다.





바다가 품은 우뚝한 봉우리에서 맞는 차갑고도 보드랍다.
어떤 일은 내 생애에 일어나기도 하고.. 
일어나기도 하고..

몇 번을 되뇌었다.

넘치는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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