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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디 Jun 13. 2018

12. 나미브의 오감만족 놀이 - 모래산 놀이터

서른을 앞둔 애들의 물구나무서기

붉은 사막, 노란 들판, 그리고 하늘

어제 오후에는 나미비아 서쪽의 한 마을에 도착했다. 

우리 가지고 있는 달러가 많아서 은행에 들어가 달러를 나미비아 랜드로 환전을 하고, 처음 하는 캠핑을 위해 마트에서 장도 봤다. 바닷가에 있는 캠핑장에 들어가서 바람을 피해 텐트도 처음 쳐 보고, 양고기 소고기 잔뜩 사서 허술한 냄비에 잘 지져 먹고 와인도 한 잔씩 먹었더랬다. 

아 참, 우리가 중고로 산 가스통에 처음 불을 붙여볼려는데 아무리 구멍을 열고 불을 붙여도 불이 안 붙었다. 알고 보니 가스통 안에 가스가 없어서... 빈 통을 판 한국 사람들.... 결국 근처에서 텐트 치고 계셨던 노부부께 부탁해서 가스통 빌려 저녁을 해 먹었다. 이틀 동안 차만 타면서 삼시 세 끼를 시리얼과 맨 식빵, 우유, 초콜릿 이런 것만 먹다가 불에 굽고 지지고 한 것을 먹으니 정말로 놀러 온 기분이 난다. 온 세상이 깜깜해진 다음엔 랜턴 하나 가지고 바닷가 바위에 가 앉아서 바닷소리 들으며 시간도 보내고... 

대신 바람이 너무 추워서 담요를 두르고 있어야 했다. 이때만 해도 바람이 담요를 덮고 운치를 즐길만했는데 텐트로 돌아왔을 때는 텐트가 거의 날아갈 지경이어서 묶어놓을 돌멩이를 구하려 다녀야 했다. 아프리카 날씨는 정말 변덕스러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번엔 파도가 해안가 돌들을 세차게 때리고 있었다. 밤 새 윙윙거리며 불던 바람이 파도로 다 스며든 걸까? 바다 앞 바위들이 칼로 썰린 것 마냥 쩍 쩍 갈라져있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칼로 갈랐다는 감로사의 십자문석처럼.  


오늘부터는 나미브 사막이 있는 세서림으로 간다.

'꽃보다 청춘' 빅 4명이 묵었던 '세서림 캠핑장'을 찍고 달렸다. 오후쯤 도착하면 짐을 풀고, 일몰에는 근처에 있는 엘림듄으로 가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엘림듄은 일몰이, 듄 45는 일출이 유명하다고 한다. 

세서림 캠핑장을 들어갔을 때 입구에 가드 아저씨가 다가왔다. (이) 기훈이가 창문을 쭈욱 내렸는데

"하이~ 미스터 리!" 

우리는 일단 깜짝 놀라고 너무 웃겼다.

"어떻게 알았어요? 저 진짜 미스터 리예요! (영어로)" 

"다 알지~ 하하 (영어로)" 

아무래도 꽃청춘 이후에 한국인들이 많이 오나보다. 그리고 김씨도 있었는데 마침 이씨가 운전할 건 또 뭐람.




엘림 듄


짐을 풀고 엘림듄으로 달렸다. 

아프리카에 와서 1주일 만에 처음 밟아보는 사막! 

나미비아는 나미브 사막의 나라지만 남아공에서 올라오는 길은 초원이고 들판이었지 사막은 아니었다. 

나미브 붉은 사막이 오늘에서야 우리 앞에 펼쳐졌다! 아라비아의 끝도 없는 사막이 아니라, 들판에 드문드문 산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모래산이 등성이를 이루며 서있다. 붉은 모래산이 끝나면 노란 들판이 있고, 들판 뒤에는 보랏빛 돌 산도 있고, 그런 풍경.

하이 포즈

난생 밟아보는 사막은 참 곱다. 겉은 볕에 달궈져서 따듯하지만 발이 쑥 디디면 그 안에는 꽤 차갑다. 발을 쑤욱 집어넣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넣는 대로 들어가는데 모래의 감촉은 차갑고 밀가루같이 부드러우면서도, 나의 발 덩어리가 들어가는 만큼 밀려 나오는 것을 보면 찰흙 덩어리 같기도 하다. 이제 막 비닐에서 까서 아직 왈캉왈캉 주무르기 전의 찰흙 덩어리.


등산로가 있는 게 아니니 꼭대기라고 할 것도 없지만 

30분 정도 쉬엄쉬엄 놀면서 올라가다 보면 제일 높은 곳에 도착한다. 하긴 모래밭에서는 뛰어갈 수 없는 노릇.

가면서 가시나무도 있고, 나무의 가시 박힌 뿌리도 있다. 하필이면 사막에서도 모래에 뿌리를 박고 사는 놈들이라 갈수록 뾰족해졌나 보다. 초입에서 "자연은 맨 발이지!" 하면서 올라갔지만 이쑤시개만 한 가시를 보고 신발을 다시 신었다. 

동물 똥도 굴러다닌다. 강낭콩만 한 알갱이들이 바람을 따라 떼구루루 흩어진다. 이 사막에 숨어 사는 동물은 대체 누굴까?

딱정벌레도 기어 다닌다. 내가 꽁무니를 들여다보자 내 존재를 알아챘는지 죽을힘을 다해 도망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발을 구르면서 뛰어간다. 지나간 자리에는 깊게 파인 발자국이 남는다. 이 작고 단단한 몸집에서, 그 몸집에 붙은 실낱같은 다리들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가시, 똥, 벌레, 거대한 모래섬에서 이렇게 작은 것들이 보인다. 작고 귀여운 것들.



시간을 잘 맞춰 온 것 같다. 꼭대기로 오니까 해가 뉘엿뉘엿 붉어지고 있었다. 바로 이 일몰을 보러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저녁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얇은 풀들이 사사삭 소리를 내며 바람을 맞고 사람들은 풀숲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각자의 방식으로 일몰을 기다린다. 앉아서 생각에 잠긴 사람, 친구와 사진 찍는 사람, 어떤 사람들은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차례로 물구나무를 섰다! 

난 요가를 못 하는 요가 꿈나무인데 그렇다면 우리도 질 수 없지! 

애들이랑 물구나무서는 것을 연습하며 앞구르기 뒷구르기를 하는 듯이 몇 번을 넘어졌고 해가 질 때까지 깔깔대고 웃고 떠들며 놀았다.

넘어지고 나서 갑자기 다같이 합장하는게 너무 웃김 ㅋㅋㅋ 나마스떼~
핑크 구름



기훈이가 남아공에서 들고 온 마법의 가루! 무엇을 요리하던지 간에 이 가루를 넣으면 무조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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