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없이 7년째 살고 있는 우리 부부가 듣는 말말말...
예전부터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부부는 자식 때문에 사는 것이라고. 자식 아니면 진작에 갈라섰다고. 이런 뼈 있는 농담(?)을 참 많이도 들으며 살아왔고 코흘리개 어린 시절에는 결혼하면 자식을 낳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 출산의 고통이 어떨까 괜스레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나는 정말 어른이 되었다. 20대 때야 성인이지만 아직은 청소년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중간한 느낌도 들었다면 30대에 들어서서는 정말 고등학생 시절이 멀게 느껴지고 10대 청소년들이 귀엽고 예뻐 보이는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이제는 나보다 훨씬 인생 선배이신 어르신 분들이 아닌 친구, 동기, 심지어 후배님으로부터 도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아기를 안 낳을 거면 결혼을 왜 해? 그냥 연애만 하면 되지.”
위 말은 어떤 후배님이 한 이야기이다.
“결혼을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자유인 것 같아. 그렇지만 결혼을 하면 꼭 아기는 낳아야 하는 것이 맞아.”
동갑인 친구가 한 이야기이다.
“저분은 자녀가 없어서 그런지 일 중독에 성격이 이상한 것 같아.”
한 살 많으신 선배님이 하신 이야기이다.
아마 이 세 분은 기억조차 남지 않았을 말인데 나에게는 매우 기억에 남는다. 바로 내가 아이가 없이 살고 있는 부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말들을 적으면서 나도 살면서 저런 악의 없이 던진 멘트에 누군가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 놓지는 않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단정 짓는 말투로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는 말은 항상 삼가겠다고 다짐해본다.
물론 나보다 더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여전히 많은 말씀들을 해 주신다.
“요샌 여자들이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해서 문제야.”
회식자리에서 어떤 부장님이 하신 이야기이다. 왜 ‘여자들’이라고 싸잡아서 단정 지으셨는지는 모르겠다.
“올해에는 꼭 좋은 소식 생겨 부모님께 효도하세요.”
나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저 멘트를 넣으시던 부장님.
“일부러 안 가지는 거야? 시험관이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니야?”
회식 자리에서 술김에 나에게 물어보던 부장님.
어머, 다 적고 보니 부장님들이네. 문득 이 세상 부장은 다 나쁘다고 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나온 대사가 생각난다.
내가 직접 들은 말도 있지만 가끔은 직접적인 말이 아니어도 내가 잘못한 것만 같은 분위기로 흘러갈 때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이직하신 상사분이 묻는다.
“아직 자녀는 없나? 결혼한 지 얼마나 됐지?
내가 몇 년 되었다 하면 그다음은 침묵.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갓 결혼한 부부에게 다들 묻는다.
“아기는 언제 가질 거야? 빨리 낳을수록 좋아.”
언제 가질 것인지 타인이 지정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분위기.
“자녀를 낳아야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가족의 의미를 단정 지어버리는 친구의 말.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명이 안된다는 우리나라. 뉴스에서 보는 분위기와 다르게 사실 주변에서 결혼한 사람들이 자녀를 낳지 않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자식을 낳아 기르고 부부가 서로 의지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 좋아 보인다. 간혹 자식을 낳아서 너무 힘들다며 투덜대다가 그래도 얘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며 디즈니 만화의 해피엔딩 뺨치는 이야기 전개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도 많다. 힘들게 회사를 다니면서도 육아도 척척 해내는 사람들도 많다. 보기에 정말 멋있어 보인다.
정답은 없어 보인다. 이 말은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없다는 말도 된다. 자녀를 낳아 기르는 사람도 자녀 없이 사는 사람도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도 모두 잘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행복한가’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기혼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와 결혼했는가’라고 생각한다. 자녀는 내가 선택해서 낳을 수 없지만 남편(혹은 아내)은 다르다. 내가 선택해서 평생을 같이 살 것이라고 (적어도 결혼 당시에는) 생각하고 결혼한 것 아닌가. 누군가의 조언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은 결혼하는 상대를 만나고 결혼을 결심하는 것은 온전한 본인의 선택인 것이다. 그렇게 선택한 남편을 ‘자식 때문에 산다’라고 생각하며 ‘얘네 아니었으면 벌써 이혼했다’라고 말하고 다닌다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자녀가 있든지 자녀가 없든지 결국 내 옆에서 나와 의견을 나누고 의지하고 살 사람은 결국엔 배우자이다.
나와 배우자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 말에 연연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들 결정에 충고할 필요도 없다. 결국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고 가장 가까운 동반자는 나의 배우자니까. 오늘도 자녀를 낳아 훌륭하게 키우는 이 세상의 부모님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