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을 밥 줬는데 일반쓰레기로 버렸어요
오랜만에 미용실에서 펌을 하고 있는데 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야. 네가 밥 주는 나비 죽었어. 밥그릇 옆에 누워있는데?" 누가 밥에 약을 탄 것 같단다. 밥 먹다 죽은 거 같다고. 2년이나 밥을 준 아이다. 새끼를 배고 3마리 아기 고양이를 낳는 것까지 봤다.
어제까지 밥을 달라고 집 앞에서 나를 부르던 나비였다. 2년을 밥을 줘도 단 한 번도 곁을 내주지 않을 만큼 경계심이 강하고, 밥 먹고 가라는 말을 알아듣고 기다릴 만큼 똑똑한 아이였다. 그래서 서운하기보다는 안도했다. 괜히 사람 가까이하다가 다치는 것보단 차라리 내가 아쉬운 게 백배는 나으니까, 눈치가 빠르고 영특해서 간식에도 홀리지 않는 아이니까 걱정하지 않았다. 그렇게나 철저한 아이였는데 도대체 어쩌다가 죽은 걸까.
바로 CCTV 녹화본을 돌려봤다. 2배속, 4배속, 16배속 돌려보다가 숨이 턱 막혔다. 옆집 아저씨가 사지를 축 늘어뜨린 나비의 목덜미를 잡고 나와 우리집 앞으로 휙 던져버리는 게 아닌가. 작은 밥그릇 옆에 툭. 그렇게 나비는 죽었다. 아주 하찮게. 더 뒤로 돌려보니 우리집 앞에서 놀다가 옆집으로 들어가는 나비가 보인다. 폴짝폴짝 잘도 뛰던 나비였는데, 도대체 옆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밥은 나비가 아닌 다른 고양이가 전부 먹은 걸 보니 누가 일부러 밥에 약을 탄 건 아닌 것 같다. 다행인 걸까.
나비의 죽음을 애도할 새도 없었다. 길바닥에 누워있는 나비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보채는 동생에게 나 대신 신문지로 나비를 감싼 후 쓰레기봉투에 담아 달라고 했다. 마음 같아선 나비를 뒷산에라도 가서 묻어주고 싶었는데, 사체를 묻는 건 불법이기도 하고 사람들 눈을 피해 땅을 파서 나비를 묻어줄 자신도 없었다. 나비는 사체가 되었고, 사체는 일반쓰레기가 되어 버려졌다.
머리는 아주 예쁘게 잘 되었다. 찰랑거리는 머리를 휘날리며 집에 도착했다. 집 앞에는 볼품없이 찌그러진 쓰레기봉투가 보였다. 곧장 나비의 밥그릇과 물그릇도 함께 버렸다. 나비뿐만 아니라 줄무늬 고양이도 까망이 고양이도 밥을 먹으러 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냥 치워버렸다. 다시 밥그릇을 꺼내놓을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32살 여전히 누군가와 이별하는 건 가슴 아프고, 애정했던 누군가를 쓰레기로 버리는 일은 또 처음이라 더 아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