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렇게 가도 되는 걸까

YMS 영국워홀 준비 DAY2

by 윤슬

오늘 다시 알아보니 영문 잔액증명서와 거래증명서는 신청 직전에 같은 날 떼는 게 좋다고 해서 금액만 준비해 두고 서류 떼는 일은 나중으로 미뤘다.


어제와 오늘은 기분이 판이하게 다르다. 어제는 자신감 있었고 설렘이 가득했는데 오늘은 불안이 훨씬 더 크다.


막상 오늘 영어 공부를 시작해 보니 막막한 실력이었기 때문이다. 영어로 일하는 게 무난했던 예전의 내 모습을 어렴풋이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리스닝도 막혔고 스피킹은 더 막혔다. 기가 막혔다. 이렇게까지 감을 잃은 게 억울하지만 그동안 손을 놨던 내 탓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저녁 시간을 몽땅 영어 공부에 투자했다. 스픽 앱을 다운받아 가입하고 레벨 테스트도 하고 레슨도 들어봤다. 무료 체험 기간에 했던 레벨 테스트에서는 b1이 나왔고 오늘 한 레벨 테스트에서는 a2가 나왔다. ai와의 대화일 뿐인데 긴장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 이렇게 가도 되는 걸까?


그냥 내가 스스로를 불안과 위기로 몰아넣는 재주가 있는 건 아닐까?


난 나 자신이 피곤하고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인 것이다. 조금이라도 안정을 찾으려고 하면 기어이 그 자리를 떠나고야 마는. 이렇게 스스로를 귀찮게 하면서 사는 이유가 뭔지. 늘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늘 그 생각을 뒤집고 아슬아슬한 선택을 반복하는 이유. 모험을 거는 이유. 도대체 뭘까 나란 인간은.


워홀은 나이제한이 걸려 있다 보니 앞으로 기회가 없을 거란 이유가 동기를 자꾸 자극한다. 내 인생에 마지막 기회라니. 뛰어들지 않고 못 배길 만한 모험이지 않나. 가서 뭘 얻고 싶냐 물으면 새로운 경험으로 얻을 소재, 몸으로 체험하고 경계를 넓힐 기회, 제대로 영어 익히기 같은 추상적인 것들 뿐이다. 그딴 이유로 떠나면 너 망한다 해도 덧붙일 것이 없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익명의 사회 속에 있고 싶은 이유도 있었는데 어제와 달리 오늘은 굳이 싶기도 하고. 낙관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으로 미래를 망칠까 봐 무섭기도 하고, 이러다 결정을 번복하고 안 떠나는 거 아닌가 두렵기도 하다. 어느 쪽도 잘못된 결정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떠벌려놔서 번복하면 쪽팔릴 것 같다. 어쨌든 해외로 떠날지 말지 고민을 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것, 선택을 할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늘 선을 타면서 이쪽과 저쪽,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갈등하고 선택하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이 연재가 워홀 준비만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게 재밌다. 과연 미래의 나는 어디에 있을까?


일기를 쓰다 보니 조금 불안이 가라앉는다. 이런 게 글쓰기의 마법.

아직 신청 기간이 남았으니 앞으로 더 고민하면서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는 법밖에 없겠다. 최선을 다하지 않되 충분하게 성실히 나답게. 이런들 저런들 나쁠 것 없다.

어떤 선택이든 다 괜찮다.


작은 발걸음으로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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