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인간이 되어보고 싶은 것

YMS 영국워홀 준비 DAY5

by 윤슬

영어 공부를 위해 스픽 앱을 매일 사용 중이다. 며칠 지나니 속이 꼬이던 긴장과 불안은 덜어졌다.


오늘은 내 친구 춤복이를 만나서 영국으로 가서 뭘 얻고 싶은지 명확하게 생각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보면 목적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떤 성과나 성취를 이루기 위한 건 아니었다. 워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현실화한 목적 하나만을 설정하자는 뜻이었다. 그 이유는 영국 생활이 내 생각보다 나쁘거나 뜻대로 되지 않아도 실망하거나 자책하는 횟수를 줄이기 위함이라고 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목적을 이뤘다면 충분하다고 만족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물었다.


때로는 나를 가장 잘 아는 게 나인 것 같으면서도, 나를 가장 모르는 게 나인 것 같을 때도 있다.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뿌옜다. 내 욕망이 어떤 방향을 향해 자라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채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욕망을 내 욕망인 것처럼 착각하거나 사회적 시선을 내 욕망으로 착각할 때도 있고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싶은 욕망이 더 큰지, 떠돌며 살아보고 싶은 욕망이 더 큰지 헷갈리는 이유다. 진정 내 욕망이 맞는지, 내가 바라는 게 이게 맞는지 의심의 시선이 자꾸 발목을 잡아서 결정이 쉽지 않다. 단 1년간의 경험이 인생에 그렇게 치명적이고 위험한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들어가는 비용도 많거니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와 관련이 있으니 곰곰 생각해 보긴 했다.


현재 내 인생의 가장 큰 바람은 작가로서의 정체성 강화와 더불어 작가로서 독립하고 생존하는 것이다. 그런데 살아남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쓴다, 꾸준히. 말고는.

(누군가 알고 있다면 알려주기를.)


늘상 글은 어디서든 쓸 수 있으니 떠나고 싶다는 상상을 해왔다.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실행한 적은 거의 없다. 안정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선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고, 적은 수입은 온통 먹고사니즘에 매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생활할 것이라고 체념 아닌 체념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 눈앞에 또 다른 선택지 하나가 나타났다. 워킹홀리데이. 실제로 하고 싶은 건 해외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나 해외 작가 교류 프로그램인데 정보와 조건이 부족했다. 그래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는 인간이 되어보는 경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글을 쓰는 루틴을 만들어보기. 그게 내가 원하는 욕망이자 목적이었다.


단지 1년간 그런 인간이 되어보고 싶은 것이었다. 작은 방에서 월세를 걱정하며 글을 쓰고, 외로움에 사무쳐 글을 쓰고, 어딘가를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글을 쓰는 일은 서울에서도 똑같은 일일 텐데도 말이다. 환경을 바꾸면 글이 더 잘 써질 것이라거나 더 많이 써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 낯선 경험을 축적해보고 싶었다. 그렇게도 잠깐 살아봤다고 나 자신에 대한 실험을 해봤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경험이다. 그러니까 당장 워홀을 가지 않더라도 언젠간 시도할 일이긴 하다는 뜻이다.


당장이 아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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