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S 영국워홀 준비 DAY7
워홀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원래 가지고 있었던 플랜 A를 다시 검토해 봤다. 역시 좋은 계획이었다. 워홀을 거치지 않고 플랜 A대로 움직이는 경우, 돈을 아낄 수 있고 익숙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서울에서 다니던 병원을 다니면서 불면과 불안을 관리하기도 용이하다. 나의 TCI 기질 중 하나인 ‘위험회피’ 성향을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플랜 A는 글을 쓰기 위한 여정 중 하나였으므로 충분히 만족스러울 선택이고, 워홀을 다녀온다 해도 실천할 계획이다.
플랜 B인 영국 워홀 같은 경우에는 모아둔 돈을 다 쓸 가능성이 높고 내 불안을 자극하고 불편하다. 그래서 어제 하루 동안은 플랜 A만을 고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퇴근하고 집에 오자 다시 영국으로 떠나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다. 나의 TCI 기질 중 하나인 ‘자극추구’ 성향이 자신도 봐달라고 강하게 요구해 왔다.
그렇다. 타고 태어나는 기질을 말하는 TCI심리검사에서 나는 ‘자극추구’와 ‘위험회피’ 둘 다 높은 성향을 보인다. 그래서 자주 내적 갈등과 충돌을 겪고 혼돈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해가 안 된다고, 내가 나를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아, 나는 그런 기질인 사람이었지, 잠시 잊었군. 하고 말이다.
또 하나 떠올린 것이 있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참여했던 갤럽 강점 검사였다. 갤럽 강점 검사는 34개의 테마 중 검사자의 최상위 강점 다섯 개의 테마를 알려주는 것이다. 나의 최상위 강점은 공감(empathy), 수집(input), 개발(developer), 최상화(maximizer), 지적사고(intellection)다. 내가 공감능력과 호기심, 탐구심이 많고 지식, 기술, 경험을 가리지 않고 수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세계의 다양성과 복잡함에 매료되는 사람이며 넓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고, 사색하고 공부하고 토론하기를 즐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스스로 인풋을 넣으면서 평균을 넘어서는 상위의 품질과 수준을 추구하는 것, 특히 언어를 사용하는 읽기와 쓰기 능력이 강점이다. 한 곳에 머무르며 한 가지 일만 할 때는 권태에 쉽게 빠지고, 늘 어딘가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배우고 탐구하고 싶어 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지표다. 관심사가 계속해서 바뀌는 내가 오랫동안 해온 일은 글쓰기 단 하나뿐이다.
그저께는 난생처음 사주도 봤다. 친구 춤복이와 함께였다. 사주 결과는 올해가 마음이 요동치는 시기이며 떠나는 것이 지금의 흐름에 맞는다는 얘기였다. 어차피 이미 마음이 뜬 것으로 보인다며 2026년과 2027년에 일이 잘 될 운이 들어와 있으니 밀어붙여보라고도 했다. 앞으로도 말과 책으로 먹고살 것이며 지금 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 성공한다고도 하셨다. 나는 딱히 사주를 믿는 편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일로 먹고 살 운세라니 기분이 좋았다.
외부에서 보여주는 나에 대한 지표를 반추해 봤고, 주변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가까운 친구들은 모두 내가 떠나는 걸 지지해 주었다. 작가로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내 사유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나의 내부에서 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두렵고 불안해.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도 해외에서 지내면서 작가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잖아, 근데 그게 왜 지금이면 안 되지?라는 물음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다. 언젠가 할 거라면 지금이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내 마음은 플랜 B로, 떠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곳에서 한 경험과 사색과 사유를 글로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러울 것이다.
만약 영국에 간다면 라이팅클럽에 꼭 들어가고 싶다. 글을 쓰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고, 어디서든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꿈 중 하나인 외국어(영어와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경험도 해보고 싶다. 이렇게 해보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설렌다. 위험과 두려움을 감수하고 불안을 극복하면서 언제든 나다운 선택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