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써내려가는 중입니다

자기 결정적 삶

by 윤슬

어제 읽은 페터 비에리의 철학서 『자기 결정』. 이 책은 세 개의 강의로 나누어져 있다. 오늘은 첫 번째 강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첫 번째 강의는 내가 내 삶을 정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과 독립성, 자아상의 개념을 정의한다. 그리고 언어의 중요성을 짚고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자기 결정’이란 자신을 앎으로써 자신의 삶을 지휘하는 연출가이자 삶을 직접 써 내려가는 작가, 자아상과의 합일을 이루려 노력하는 주체가 되는 것을 말한다. 자기 소망을 묻고 자기 의지를 이해하며 스스로 변화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페터 비에리의 철학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을 말로, 글로 표현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소망과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확신했던 것들의 증거를 대다 보면 확신이 바뀌고 내적 변화의 문이 열린다는 것이다. 또한 비판적 질문은 익숙하던 생각의 패턴을 바꾸는 효과도 있다.


“사고에 있어서 성숙해지고 자립적이 된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생각한다고 믿게끔 속이는 맹목적인 언어 습관에 대해 잠들어 있던 촉을 세우는 것”이라고 언어 습관의 중요성을 짚으면서 그는 자기 결정적 삶이란 어떤 중요하고 커다란 주제를 접했을 때 그 주제의 정확한 의미를 따져보고, 의미를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질문해 보는 습관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즉, 비판적인 언어 습관이 성숙하고 독립적인 사고를 형성시킨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사유 면에서 아무런 내용도 없이 오직 잡설에 불과한 문장들이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이 문장을 보고 나는 내가 쓰고자 하는 문장의 방향을 깨달았다. 글을 쓰다 보면 습관적이고 빤한 문장을 쓰게 되는 순간이 있다. 쓰면서 긴장을 놓는 순간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정신을 차리고 내가 쓴 문장이 진솔한지 매번 의심을 품으려고 노력한다. 혹시 내용 없는 글, 사유 없는 글을 쓰고 있진 않은지 고민한다. 글이 내 정체성을 형성하리라 생각하면 더 신중해진다. (그래도 아차 싶을 때가 있지만.)


“언어의 깨어 있음과 정확성은 사고에 관여하는 정체성에 한해서만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소망이나 감정적 측면을 되묻고 그것들을 이해하려 하며 자기 결정의 측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때에도 중요한 요소가 되지요.”


언어를 갈고닦아 정확하게 사용할수록 스스로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아가게 된다. 감정과 생각을 점점 더 세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아는 일은 자기 결정을 하기 위해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시간을 들이는 글에 비해서 고심할 수 없는 말은 툭툭 내뱉는 경향이 있다. 나의 콤플렉스기도 하다. 매번 언어 습관을 다듬고자 다짐하지만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내 주장을 말할 때, 내 감정을 표현할 때 더 구체적이고 뾰족해지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싶다. 계속 글을 쓰면서 나를 표현하고 언어 습관을 돌아보며 깨어 있고 싶다. 내 삶이 고정되거나 정체되기보다는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길 원하며 그 중심에 내가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페터 비에리가 말하는 자기 결정적 삶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올해 글을 쓰면서 나를 드러내기로 한 일이 자립을 위한 매우 중요한 결정이었다는 걸 페터 비에리의 철학으로 확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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