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를 위한 책
프리랜서를 위한 조언이 필요해서 읽은 책 『우리 직업은 미래형이라서요』.
“아무도 내게 글을 맡기지 않는다면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써서 내 SNS에 꾸준히 쌓자. SNS가 포트폴리오가 되는 세상이지 않은가.”
이 문장을 읽지 않았다면 여전히 인스타그램을 멀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스스로 써서 쌓는다는 것에서 내가 추구하는 자주성과 독립성이 보였다. 프리랜서로 사는 이유 중에 하나가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하는 것이므로 바로 실천하기로 했다. 겁이 나면 책에서 수집한 문장을 다시 읽었다.
“자신의 일을 실험해 보고, 남들은 어떻게 하나 기웃거려보고, 이 길 저 길 눌러보다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프리랜서의 한결같은 덕목은 과연 '일단 해보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살아남기를. 자신을 세상에 내보이는 용기를 가지기를!”
누군가는 에이, 이런 말은 하기 쉬운 말인데? 할지 몰라도 내겐 이 말이 진심으로 다가왔다. “일단 살아남기를.” 특히 이 문장은 몇 번이고 되뇌면서 용기를 얻었다. 참으로 살아남기가 어려웠던 것.
살아남은 걸로 보이는 사람들이 실제 살아가는 여정을 보면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고 힘도 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영화, 다큐, 인터뷰 등을 보는 것 같다. 삶의 어떤 실마리를 건지든 삶에 어떤 공감을 하든 그런 과정이 내 삶을 그리는 데 필요하니까. 내 바깥에 있는 무엇도 보지 못한 채로 골방에 혼자 틀어박힌 사람이 과연 자신의 삶을 다채롭게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언제든 바로 곁에 둘 수 있는 책은 가까운 방향키가 되어주니 유용한 물건이다. 아무리 글을 쓰는 일이 무용하다 말해도 나한텐 너무나도 유용한 일로 느껴지는 이유다. 다시 인용으로 돌아가서, 나는 지금도 “일단 살아남기를.”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살아남고 있다.
때때로 진심이 담긴 에세이를 읽으면 그의 세계로 입장하여 그가 꾸린 온천에 잠시 몸과 마음을 맡긴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 직업은 미래형이라서요』 도 그런 책이었다. 한겨울의 어느 날에 시린 몸을 데워준 책. 따스한 힐링 책이라서가 아니라 초보 프리랜서가 안전운행을 할 수 있도록 붙잡아주는 진지하고 실용적인, 또박또박한 조언과 그 아래에 깔린 타인을 위한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저자는 “누군가의 입장에 선다는 건 그 사람이 살았던 삶으로 풍덩 뛰어드는 일, 그 삶의 맥락을 천천히 되짚어보는 일이다. “라고 말하며 프리랜서와의 협업을 이야기하고, “중요한 것은 사회가 위기에 빠졌을 때 살아남는 방법이 아니라, 누군가 위기에 빠졌을 때 그 사회가 그 사람을 보호할 수 있을 만한 시스템을 갖췄느냐이다.” 라면서 개인 탓이 아닌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주며,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낭만적이게도 어떠한 인간성을 기대한다. 그리고 사회에는 그러한 낭만성을 지켜줄 제도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제도와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것은 모두의 합의이고, 그런 합의는 '그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라는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다.” 라면서 인간성과 낭만과 공감능력을 말한다. 글값을 얼마 받아야 한다든가 계약서를 볼 때 무엇을 유의해야 한다든가 브랜딩을 어떻게 하라든가 이런 꿀팁들도 있지만 내게 와닿은 건 그가 가진 가치와 신념, 그리고 말을 건네는 태도였다.
그리고 그가 수익이 거의 제로인데도 불구하고 독립 잡지 『딴짓』을 운영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나의 친한 친구가 대학 시절 독립 잡지를 만든 적이 있었고, 나는 거기에 직접 그린 그림을 실은 적이 있었다. 이후로 나도 독립 잡지를 꾸리고 싶단 로망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실현하지 못했고 최근 들어서야 독립 계간지를 상상해보던 차였다. 실제로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니 제법 희망차고 설렜다. 책이 출간된 지 5년이 지난 현재는 저자가 프리랜서로서 일과 사회적 생태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 책은 나만 알고 싶어서 숨겨뒀던 책인데 나도 저자처럼 다른 프리랜서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니까 마음을 담아 『우리 직업은 미래형이라서요』(2020)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