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신건강의학과 정기진료일이었다.
“지금 가장 추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어요. 너무 춥죠. 1월,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매일 연재하기로 했던 글쓰기를 계속 하고 있어요.”
“1월부터 하기로 마음먹었던 일을 잘 지켜내고 계시는군요.”
“네.”
“매일 쓰니 어떠신가요?”
“첫 일주일간은 매일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설렜어요. 그런데 3주쯤 와보니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이 아닌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아졌고 뭘 써야 할지 생각도 많아졌어요. 제가 쓰는 건 불면, 우울, 불안, 글쓰기 이런 것들에 대한 것이니까요. 고민이 깊어지는 날에는 잠이 안 와요.”
“보통 저녁이나 밤에 글을 쓰시잖아요. 쓰는 시간대는 잘 유지되고 있나요?”
“네. 지금도 저녁이나 밤에 글을 쓰고 있어요.”
“글 쓰는 시간대는 늘 비슷하게 유지하는 게 좋아요.”
“네. ”
“좋아요. 글을 쓰면서 고민이 발생한다는 게 이해가 가요.”
“희곡이나 소설을 쓰다가 처음으로 산문을 연재하기로 한 이유가 있었는데 초기 목적에 맞는 글인가 싶어요. 사람들에게 닿는지도 모르겠고 글이 자유롭지도 않아요.”
“그렇군요. 어떤 글을 써야겠다 마음 먹어도 결국 윤슬님은 윤슬님 다운 글을 쓰게 될 것 같아요. 가장 윤슬님 다운 글을 쓰는 게 좋아보여요. 그러니 지금 쓰는 글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우리 어디 한번 끝까지 가봅시다.”
진료가 끝나고 대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었더라. 생각했다. 먹던 약을 받아 병원을 나왔다. 칼바람이 뒷목을 훑었다. 어디로든 자유롭게 가는 글. 나다운 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끝까지 가봅시다. 말의 파편들을 밟으며 근처 식당으로 갔다. 매콤한 마라탄탄면을 먹는 동안 파편들이 자꾸 맴돌아서 코를 팽 풀었다. 지하철을 타고 서점으로 이동하는 길에도 내내 원장님의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발뒤꿈치가 가벼워졌는지 들썩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