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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Feb 20. 2022

언어의 재발견

5. 여성혐오


혐오(嫌牾)「명사」 미워하고 꺼림

혐오(嫌惡)「명사」 싫어하고 미워함


국립국어원 표준사전에 의하면, 혐오는 한문에 따라 두가지 뜻으로 해석된다.

미워한다는 의미는 똑같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하나는 꺼리는 것이고 하나는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각의 의미를 살펴보자.

'꺼림'은 마음에 걸려서 언짢은 느낌을 뜻하고, '싫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아니하다는 의미다.

결국 '혐오'는 어떤 한자어를 사용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아 미워하다'는 뜻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대한민국에서는 이 단어가 논란 중이다. 몇년 전에는 번역 논쟁으로까지 확산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논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언론'을 지적하고 싶다. 언론이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 중에 잘못된 언어를 사용할 경우 대다수의 대중은 이를 여과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극적인 기사를 위해 일부러 잘못된 언어를 퍼트린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때도 있다.


강남역 여자 화장실 사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정 기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오해될까봐 관련사건의 링크는 생략하지만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가해자는 '여자들이 항상 나를 무시해왔다. 여자만 보면 분노가 치솟는다' 는 인터뷰를 했고, 언론에서는 비슷한 몇번의 사건을 토대로 여성혐오 현상이 임계치를 넘었다고 기사화했다. 사회학자도 아닌 범죄자 개인의 잘못된 편견에 의한 인터뷰가, 여성혐오 현상이 임계치를 넘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졌다고 확대해석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이 사건의 핵심은 '여성혐오'가 아니라 '약자에 대한 폭력'이다. 이는 여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내에 대한 폭력이 '아내혐오'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자녀에 대한 폭력이 '자녀혐오'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친구에 대한 폭력이 '친구혐오'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폭력에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피해자가 '약자'라는 사실이다.

여성이라 살해당하거나 폭력을 당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약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언론에 의해 다시 재생산되어 확산된 이유는 뭘까?


만약에 언론이 '여성혐오'라는 프레임 대신에 '약자에 대한 폭력'이라거나 '빈부격차에 따른 불만표출'이라는 프레임으로 기사화하여 확대 재생산하면 어떻게 될까.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거나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사는 그렇게 작성되지 않았다. 

이런 기사를 달가워하지 않을 사람이 누굴까. 


여전히 여성의 대부분은 약자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성별을 나누지 않는다.  

자본은, 없는 사람을 능력이 부족하거나 게으르다며 혐오한다. '약자혐오'

'여성혐오'는 약자끼리 싸우게 만드는 언어다. 우리 스스로 '여성혐오'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등록 임대사업자 중 임대주택등록 건수 기준 상위 1% 및 10%의 임대주택 현황으로, 상위 10%가 임대주택의 50% 이상을 보유하였다니 부동산 가격 담합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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