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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Mar 11. 2022

언어의 재발견

9. 예능자막

자막은 대화를 글로 표현하는 것으로 외국영화의 번역에서 시작되었다.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니 짧은 역사는 아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은 폐쇄자막이라고 불리며 번역을 위한 자막과 조금 다르게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그 개념은 같다. 아무리 소리가 들려도 해석을 못하면 안들리는 것과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자막은 접근방식이 조금 다르다.


나무위키의 설명에 따르면,

"예능에서는 김영희 PD에 의해 자막 활용이 급격하게 늘었다. 그가 일본에 연수를 갔을 때 일본 프로그램에서 자막을 활용하는 것을 보고서 도입시켰다. 그 당시 자막이란 인물을 소개하거나 중요 정보를 전달할 때나 잠깐 쓰였지, 화면을 자막으로 도배하는 것은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기능이었을 뿐이었어서, 초반에는 시청자들로부터 자기들이 청각장애인이냐는 항의를 받아서 시말서를 쓸 정도였다. 하지만 자막을 꾸준히 집어넣자 1년 뒤에는 모든 예능에서 자막을 사용할 정도로 필수요소가 되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자막은 대화를 글로 표현하기 보다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출연자의 연기력이나 촬영기술을 통해 의도한 바를 전달하고자 했지만, 지금은 자막을 통해 손쉽게 전달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미모'라는 자막을 살펴보자. 미모는 주관적이라 모든 시청자가 출연자를 보면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미모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막이 나오는 순간 시청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 특히 자막을 읽고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빠르게 전개되는 예능에서는 읽는 그대로 생각하게 된다.


예능자막에 익숙하면 익숙할수록 공감능력은 현저히 낮아질지 모른다. 출연자의 몸짓 하나하나 얼굴의 미세한 변화 등을 통해 스스로 느껴야 할 감정을 자막이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감정이 격하게 환영하는 감정으로 변하고, 미소가 어이없는 웃음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예능자막은 번역자막과는 그 결을 달리 한다.

예능자막은 타인이 강요한 감정이다.



                                                      예능자막은 타인이 강요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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