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부 May 12. 2022

화가의 시선

6. 태양을 피하는 방법

여인 시리즈에 조금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빛에 따른 색의 변화입니다. 색은 서로 다른 속도로 다가오는 빛의 서로 다른 파장이기에 엄밀하게 말하면 같은 색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화가의 기술적인 능력 중 하나는 그러한 색의 차를 미세하게 보고 그것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입니다.  대상을 집중해서 관찰해야 하니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타고난 재능이 더 중요하겠다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그러한 재능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화가의 이런 재능을 기술이 대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색의 값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기를 활용하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물론 색의 값을 찾아낸다고 그림이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색의 값을 조화롭게 배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옆의 그림을 보면 여성의 가슴부분 경계선 처리가 무언가 어색합니다. 색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기술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경우와 달리 부자연스러움을 일부러 연출했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집니다. 미술을 포함한 예술은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작가의 의도가 그것입니다.


단일색으로만 그리다가 동일한 색상에 명도와 채도의 차이를 적용한 첫 그림입니다. 색의 차이를 설명하고자 태양을 가져왔습니다. '컬러의 힘'이란 책에 의하면 색체는 물체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물체에 반사되는 빛의 성질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바라본 물체의 색은 빛에 의해 그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된 거지요. 달리 말하면 그 물체가 거부한 색입니다. 빨간 사과는 다른 모든 색은 흡수하면서도 유일하게 빨간색만큼은 받아들이기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사과가 거부한 빨간색의 빛이 우리에게 반사되어 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온 몸으로 피하고자 했던 색이 본인의 색이 된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의미에서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라 제목을 정했습니다. 꿈보다 해몽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화가의 시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