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태양을 피하는 방법
여인 시리즈에 조금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빛에 따른 색의 변화입니다. 색은 서로 다른 속도로 다가오는 빛의 서로 다른 파장이기에 엄밀하게 말하면 같은 색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화가의 기술적인 능력 중 하나는 그러한 색의 차를 미세하게 보고 그것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입니다. 대상을 집중해서 관찰해야 하니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타고난 재능이 더 중요하겠다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그러한 재능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화가의 이런 재능을 기술이 대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색의 값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기기를 활용하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물론 색의 값을 찾아낸다고 그림이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색의 값을 조화롭게 배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옆의 그림을 보면 여성의 가슴부분 경계선 처리가 무언가 어색합니다. 색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기술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경우와 달리 부자연스러움을 일부러 연출했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집니다. 미술을 포함한 예술은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작가의 의도가 그것입니다.
단일색으로만 그리다가 동일한 색상에 명도와 채도의 차이를 적용한 첫 그림입니다. 색의 차이를 설명하고자 태양을 가져왔습니다. '컬러의 힘'이란 책에 의하면 색체는 물체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물체에 반사되는 빛의 성질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바라본 물체의 색은 빛에 의해 그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된 거지요. 달리 말하면 그 물체가 거부한 색입니다. 빨간 사과는 다른 모든 색은 흡수하면서도 유일하게 빨간색만큼은 받아들이기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사과가 거부한 빨간색의 빛이 우리에게 반사되어 보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온 몸으로 피하고자 했던 색이 본인의 색이 된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의미에서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라 제목을 정했습니다. 꿈보다 해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