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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Aug 08. 2022

여행자의 신발

5. 격변(激邊)


나루터가 문을  이후로 가장 오랫동안 나루지기와 동거를 하게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세종청사에서 7급으로 채용된 신규 공무원의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일주일을 방문하게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일을 직접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중앙공무원입니다.

이토록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니, 그 얼마나 막중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 것일까요.

입사 3년차로 아직 직접 강의를 맡고 있지 않지만, 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교육생 관리부터  교수진 소통까지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교육이 진행될  없습니다.  교육학을 전공한 그녀는, 언젠가 교수진에 합류하고자  목표를 향해 하나 하나 준비중입니다. 저는 그녀와 동거(?) 하며 매순간 그런 날이 멀지 않았음을 보았습니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서, 관리하는 상사없이 홀로 지내는 곳에서, 느슨할  있는 자유가 주어짐에도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그녀에게는 찰나의 틈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에서부터  그녀의 하루는 시작되었습니다.


- 호스트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하나의 휴지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화장실과 침구를 정리합니다.

- 지구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마저 재활용합니다.

- 9시에 시작되는 교육을 위해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8시까지 출근을 합니다.

- 점심은 건강을 위해 샐러드와 닭가슴살로 대신합니다.

- 카톡 앱은 휴대폰 대신에 컴퓨터에만 다운로드하여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킵니다.  

- 퇴근 후에도 피트니스 일일 회원권을 구입하여 자신과의 약속을 지킵니다.

- 대전에 사는 친구와 세종에 사는 언니와의 만남을 통해 관계의 소중함도 잊지 않습니다.

- 세종 지혜의 , 대통령 기록관  지역의 관광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 나루터 서재에서 찾은 '아내의 시간' 읽습니다.

- 호스트와의 교류도 놓치지 않고자 마지막 날은  12시까지 대화를 이어갑니다.

그녀를 보며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퇴직으로  종일 자유로움을 갖고 있으면서, 일어나 이불정리도 못하고 운동도 꾸준히 못하는 저를 바라봅니다.

자기  하나도 제대로 교육할  없는 사람이 누구를 교육시킬  있겠습니까.

저와 달리, 그녀는 교육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이미 온 몸으로 받아들여 실천하고 계신 분입니다.

떠나는 , 아침을 먹는 식탁에서조차  읽지 못한 책을 끝내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본디 책이란 자신을  아끼는 주인을 만나는 것이 가장  축복일 것입니다.

이에 그 책을 선물로 드렸지만, 그건 선물이 아니라 주인을 찾아준 것에 불과합니다.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그녀에게 은근히  마디 건넸습니다.

" 선조들은 낙관을 우주의 축소판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로 사각의 테두리를 모두 잇지 않는다 합니다.

  그 작은 틈을 격변이라 부른다지요. 숨 쉴 구멍이 필요해서입니다.


 이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루터에서 다시 만날때는 서로 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격변의 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음 , 선물로 남겨준 빵을 먹으며 그녀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저에게는, 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오랫동안 동거를  그녀를 한참은 잊지 못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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