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부 Aug 01. 2022

여행자의 신발

4. 우선순위

                                                                                        신입직원의 첫출근 신발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목적은 문화교류를 위해서입니다.

우리 부부의 일상을 크게 침해받지 않으면서, 주기적으로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원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나름의 규칙을 세웠습니다.

일주일에 한분, 최대 2박을 넘지 않도록 설정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최대 2일만 예약 가능한 것 같은데, 이번 주 일요일부터 다음주 화요일까지 3일동안 머무를 수 있는지 여쭤보고자 연락드렸습니다."


평소라면 거절을 했을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우리의 일상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날은 저도 모르게 괜찮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게스트가 3일이어야 할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꼭 3일을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있을 거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해가 뉘엿뉘엿질 때 도착했습니다. 

검은색 롱패딩에 핫핑크색 캐리어를 끄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월요일 아침에 첫 직장의 첫  출근이라고 합니다.

세종에 집을 얻었지만, 3일 후에나 들어갈 수 있어 나루터에 위와 같은 예약문자를 보낸 것입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녁을 함께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공부하였습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연구를 위해 대기업을 마다하고 세종의 직장을 선택하였더군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재원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제 눈길을 끈 행동은 따로 있었습니다.

방문 첫 날,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가 싶더니 곧바로 신발을 정리하더군요.

나갈 때 신기 편한 방향으로 돌려 놓는 것입니다. 

다음 날도 그러했습니다. 첫 직장생활의 긴장을 견디다 오느라 정신이 없었을텐데 똑같습니다. 

오래된 습관처럼 보입니다.

   

신발은 신고 나가기 위해서 한번은 가지런히 모아야 합니다.

들어올 때는 막 벗었다 해도, 나갈 때 결국은 가지런히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 신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언젠가 가지런히 모아야 한다면, 바로 지금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것을 '우선순위'라 부릅니다.


아마도 그녀는 학생 때 그 무엇보다도 공부를 우선순위에 놓았을 것입니다.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은, 나는 무엇을 우선순위에 놓고 생활하였는지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참, 나루터와 같은 동네로 이사를 온다고 합니다. 이제 게스트가 아니라 한동네 주민이 되었습니다.

나성동 주민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여행자의 신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