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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Jul 25. 2022

여행자의 신발

3. 십분을 대하는 태도


"예정 시간보다 10 일찍 도착했습니다. 올라가도 될까요?"​


6시에 도착하겠다던 게스트분의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사전에 공지했던 시간보다 먼저 도착했다며 주차장에서 문자를 보낸 것입니다.

이미 체크인 시각지났으니 언제든지 들어올  있음에도, 겨우 10 먼저 도착했다고 양해를 구합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베어 있지 않고는   없는 행동입니다.


자그마한 체구의 어린 학생이었습니다.

세종에 위치한 국립수목원에서 증식온실의 업무보조 자원봉사를 위해 왔다고 합니다.

3일간 자원봉사를 신청했고, 오늘 용인에서 내려와  날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문자를  것입니다.

햄버거로 저녁을 대신한다고 하기에, 준비하던 만둣국에 수저만 하나  놓고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이야기는 식사   한잔을  마시고도 이어졌습니다.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던 붙임머리 이야기

애완 도마뱀을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 

유기견 센터에서 봉사한 이야기 

군대간 남동생 이야기 

터울이 상당한 늦둥이 동생 이야기

아직은 연애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  등등

아들과 동갑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이 갔을까요? 딸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연결 고리를 하나  찾았습니다.

우리 부부의 결혼 기념일이 게스트의 생일과 같은 날이었습니다.​


운명처럼, 그녀는 식목일에 태어나 산림관련 학과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 아가씨가 꽃보다 나무가 좋다고 합니다.

멀리 용인에서 세종까지 자원봉사를  이유이기도 합니다.

꽃과 달리 나무를 돌보는 일은 아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게스트분이 10 일찍 도착하여  문자를 주었는지.

 시간을 다루는 사람은 짧은 시간도 허투루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견딘 사람만이   있습니다. ​


50년을 넘게  저는  10분을 '겨우' 칭했습니다.

 삶의 시간만큼 시간을 길게 다루지 않았다는 반증입니다.

부끄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언젠가 세종 국립수목원 원장으로 성장한  친구를 다시 만나기를 바랍니다.


https://www.1365.go.kr/vols/main.do


https://www.sjna.or.kr/main/ma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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