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언어의 마법사
견학차 세종을 방문한다며 나루터를 예약한 분이 오셨습니다.
'견학'이란 단어에서 학생일거란 생각에, 저녁식사 값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방문 전 메세지를 통해 저녁을 함께 하기를 권했습니다.
다행히도 그녀는 중년부부의 저녁식사 초대를 수락하였습니다.
만나보니 저희 부부의 아들보다도 어린 학생이었습니다.
낯선 장소에서, 부모보다도 나이가 많은 낯선 어른들과의 식사자리가 얼마나 불편했을까요.
하지만 싫은 내색 하나없이 오랜 시간을 우리와 함께 해 주었습니다.
언어치료청각재활학과에 재학 중이라 하더군요.
언어치료청각재활?
낯선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되어 이것 저것을 물었습니다.
(호기심을 채우고자 그녀를 더욱 불편하게 한건 아닐까 지나고 보니 후회가 남습니다.)
그녀는 또박또박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어릴 적 꿈은 작가였다고 합니다.
타인의 권유로 해당 학과를 진학하게 되었고, 공부를 하다보니 평생직업으로 삼아도 되겠다 생각했답니다.
해당 전공은 최근 3년 취업률이 80~90% 정도로 취업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학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취업 대신에 대학원에 진학하여 조금 더 깊이있게 공부를 할 계획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설명을 듣다보니 상당히 많은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언어발달이 늦은 아이, 충격에 의한 실어증을 앓고 있는 사람, 치매로 인하여 언어기능에 이상이 있는 노인이 다시 말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마법과도 같은 일입니다.
이야기는 흘러 영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저는 마이 페어 레이디를 기억해냈고, 그녀는 킹스 스피치를 기억해 냈습니다.
https://namu.wiki/w/%ED%82%B9%EC%8A%A4%20%EC%8A%A4%ED%94%BC%EC%B9%98
저또한 그녀의 마법으로 나이와 시간을 잊고 말았습니다.
언젠가는 그녀의 마법으로 언어의 장애 뿐만 아니라 험한 말까지도 치료되어, 말로 상처받지 않는 세상을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