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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Sep 19. 2022

여행자의 신발

11. 금(琴)의 소리

가야금 연주자의 신발


에어비앤비 예약 문자가 왔습니다.

[목적:공연 / 도착예정시간: 밤 11:00~12:00]


공연을 보러 오는 친구라 예상했습니다. 늦은 공연을 즐기고 들어오려나 생각하며, 그녀의 젊음을 부러워했습니다.

무슨 공연일까? 그녀의 체크인 날, 세종에 어떤 공연이 있는지 검색을 하였습니다.

쉽게 검색이 되지 않더군요. 하긴, 사적인 공연일 수도 있고 세종 인근에서의 공연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습니다.


차 한잔을 권하기도 늦은 저녁에 그녀가 도착했습니다.

저녁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에 다음 날 아침이 가능한지 물으니, 리허설 준비로 일찍 나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공연을 보러 온 게 아니라 공연을 하러 온 것입니다.

그녀는 다음 날 세종예술의전당에서의 가야금 공연 연주자였습니다.  


참 귀한 인연이었습니다.

그 공연은 [2022년 세종예술의전당 지역예술가 페스티벌 시즌 1]으로, 이미 오래 전에 저희 부부는 그 공연을 예매하였고, 공연일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https://www.sjac.or.kr/base/nrr/performance/read?performanceNo=80&menuLevel=2&menuNo=76


보고 싶었던 공연의 연주자를 게스트로 모시게 된 것입니다.

나루터가 예술의전당 바로 앞에 위치하다보니 이럴 수도 있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일의 연주를 위해서 그녀와의 이야기는 다음 기회를 바라며 속히 마무리 지었습니다. 


다음 날, 그녀는 아침 일찍 예약된 분장을 위해 서둘러 나루터를 떠났습니다.

저녁 7시 30분의 공연을 위한 그녀의 일정은 아침 7시 30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니, 오늘 하루, 단 70분의 공연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의 연습을 필요로 했을지 저는 짐작도 못합니다.


다행히 그녀에 대한 궁금증은 공연장에서 팜플렛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세종시가야금연주단의 단원이었습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가야금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도 수상한 훌륭한 재원입니다.

그녀로 인해 연주자의 긴장감을 이곳 나루터에 내려놓고 갈 수 있도록 하려면 나루지기가 어떻게 배려를 

해야할 지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그녀의 연주회는 훌륭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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