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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Oct 13. 2022

주례와 신부

1. 첫경험


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아끼는 후배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세종에 방문해도 되겠냐는 연락이었습니다. 

듣자마자 청첩장을 건네려나 싶었습니다.


아쉽게도 아내가 코로나 확진으로 집에 들일 수 없어 커피숍에서 만나야 했습니다.

외모가 다는 아니지만, 후배의 외모에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훤칠한 키의 훈남이었습니다.

통성명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생각도 멋진 젊은이였습니다.

어떤 남편이 되어야 할 지, 어떤 아버지가 되어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말 부부로 신혼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당장의 고민도 있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지난 25년간 결혼생활을 통해 배운 것들을 나누며 잔소리를 이어갔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후배는 예상대로 청첩장을 건넸습니다.

그러면서 후배가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센터장님, 저희 결혼식 주례선생님으로 모시고 싶어요."


순간 당혹스러웠습니다.

저는 그동안 주례 선생님은 연륜있고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분을 모시는게 아닌가 생각했었습니다. 저 또한 결혼을 할 때 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대전시장님께서 주례를 맡아주셨습니다. 당시에 시장님과 저희 부부는 일면식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후배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후 대기업과 외국항공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남자친구도 현재 경찰공무원으로 재직중이니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분을 모실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데, 양가의 부모님보다 어리고 직장도 퇴사하여 마땅히 내세울 지위도 없는 제가 주례를 맡으면 결혼식에 흠이 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을 조심스레 전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분보다는 본인들이 닮고 싶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을 주례선생님으로 모시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겠냐는 후배의 말에, 뒤통수를 한대 크게 얻어맞은 듯 싶었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결혼식을 준비했었고, 두 사람은 자신들의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던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동시에 누군가에게 닮고 싶은 모습으로 잘 살았다는 걸 인정받은 듯 싶어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두 젊은이에게 평생의 멘토가 되도록 내 삶을 단단히 쌓아 가야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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