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자본주의 미소
スマイル欲しい
(웃어줘)
2013년 당시, 일본 번화가에 위치한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주문받고 있었다. 그런 나한테 중학생? 정도 나잇대의 남학생이 건넨 말이다. 또래 친구 셋이 와서 시시덕거리면서 말하길래, 처음에는 외국인이라서 인종 차별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문 다했으면 꺼지라고 정색했다. ( 개 정색)
돌이켜보면, 당시 20대 초반, 일머리도 없고, 말 주변머리도 없는데. 둥글둥글 유순하게 생긴 얼굴 때문인지, 카운터에 배치되었다.
일상의 시인처럼 타인을 관찰하는 습성이 있어서 그런지, 아침 시간대는 꽤 즐겁게 내 잔상에 남아있다. 새벽녘 어스름한 하늘 아래에 출근하면, 맨날 똑같은 얼굴을 한 오지상들이 출근길에 쓰디쓴 블랙커피를 사 간다. 질리지도 않는지 맨날 똑같은 커피 마시는 아저씨들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해가 뜬다.
런치는 관찰할 여유가 없다. 미어터지는 손님 감당하느라, 힘들게 주문받고 있었다. 패스트푸드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학교 다니는 동안, 수많은 알바를 했지만, 일본 맥도널드만큼 빡쌔고, 체계적으로 교육시키며, 파이팅이 넘치는 알바는 전무후무 했다. 극한으로 일하면서, 멘탈 나가던 중에
スマイル ください
(웃어줘요)
라는 요청을 또 들었다. 내 얼굴이 그렇게 힘들어 보이나… 난처하다.
알고 보니, 2010년 맥도널드 광고였다. 웃어달라고 하면 빵긋 웃어주는 아름다운 맥도날드 직원…
미소는 0엔… 으로 그걸 아직도 하고 있네?
다시 돌아간다면, “웃어줘”라는 요청에 능글능글 맞게 웃어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자본주의 미소란, 돈에 상응하는 것,
크루즈 승무원이었던 친구가 3년 만에 육지로 올라와서 앞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들 팁 얼마 주니?”
“많이 주면 백(만)불?”
“백(만)불 준다면, 어떻게 웃어?”
그녀가 짓는 미소를 보며, 백(만) 불짜리 미소의 의미를 깨우쳤다. 일본 맥도날드는 가련한 알바생들 썩소 짓게 하지 말아라. 0엔으로 미소짓기 다소 버겁다.
불평불만 해도, 당시에는 그 알바가 재밌게 느껴졌다. 매뉴얼도 빽빽하고, 매뉴얼대로 빠르게 잘 해내면 점장님이 스티커를 붙여 주셨다. 게임 퀘스트 깨듯이 발전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거 다 깨다 보면 마스터되는데, 마스터 분들은 거의 3배속으로 일하는 것처럼 노련했다.
약 10년이 흐른 지금, 일본 오지상들처럼 아침에 쓰디쓴 커피를 사서 출근한다. 책을 읽다 보면, 맥도날드가 표준화 기업의 상징인지, 거듭 거론되어서 나를 자꾸만 2013년으로 데려간다.
기존 시스템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설계 목표는 재능 있는 사람을 싼 값에 최대한 많이 고용해 업무 지침과 규칙을 글자 그대로 따르며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맥도날드에 가서 빅맥과 밀크셰이크를 주문하라. 밀크셰이크 절반을 마시고 빅백을 절반만 먹어라.
빅맥을 밀크셰이크 속에 집어넣고 계산대로 가서 이렇게 말하라.
“이걸 어떻게 먹으라는 거예요…. 밀크셰이크 안에 빅맥이 들어 있잖아요.”
그러면 계산대 점원은 아무 말 없이 돈을 돌려줄 것이다.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아무나 고용해서 규정에 따라 일을 시키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규정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는 무조건 환불해주어라” 이와 같은 상황이 수백만 개의 조직에 속한 수백만 개의 일자리에서 반복된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지겠는가? 어디서나 시스템, 매뉴얼, 규정이 지배할 것이다. 최고위직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새로운 시스템, 매뉴얼, 규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
-세스 고딘 <린치핀>
비순응자를 순응자로 바꿔야 한다.
손톱만큼도 봐줘선 안 된다.
조직이 개인을 신뢰해서는 안된다.
개인이 조직을 신뢰해야 한다.
- 레이 크록_맥도널드 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