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by 아메리카노


처음 썼던 글을 떠올려 봤다. 어떤 문장부터 글이라고 불러야 할 지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겠지만, 남에게 보여주었던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열 다섯살때 썼던 '소설'인 것 같다. 두꺼운 스프링 노트에다 연필로 한 줄씩 적은, 꼴에 제목도 달린 소설이었는데 좋아하던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이른 바 팬픽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내용이지만 중학생으로서 결말까지 내려고 매일 고민했던 걸 생각하면 그때의 나, 참 기특했다.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고 진짜 '소설'이라는 걸 배웠을 때 많이 부끄러웠다. 그동안 감명 깊게 읽었던 글들은 전부 '작품'이라고 칭하기 어려운, 소위 문학성이 떨어지는 것들이란 소리를 들었다. '좋은 글'이 아닌 '그냥 이야기'를 읽으면서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4년동안 읽고 쓰고 하는 동안 소설은 내 삶의 전부가 되어갔다. 죽을 때까지 읽고 쓸 수만 있다면 꽤 멋진 인생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어설프고 못된, 눈 높은 독자가 되었다. 소설 위주의 편독 습관이 굳어졌고 정작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요즘 현대 문학에 대해 깐깐하게 굴었다.




브런치가 보낸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는 아마도 여럿 부담스럽게 했을 거다. 나 역시도 처음 적는 피드를 무엇으로 할 지 꽤 오래 생각했으니까. 머릿속으로 대략의 얼개를 짜고 마무리 문장까지도 구성했는데 결국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 문장들로 채우고 있다. 어떤 카테고리들을 만들고 어떻게 채워 나갈지 마음 먹은 대로 이곳을 잘 이끌어 가기를 첫, 피드에서 다짐해 본다.


좋은 글은 잘난 척 하지 않는 것이다. 가끔 위로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글을 적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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