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 깨어있는 새벽,

by 아메리카노

아이들 지문에 실린 글 중에, 여유에 관한 것이 있었다. 요즘 사람들이 쉬는 것을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잠깐의 여유도 즐길 줄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시험을 봐야 하는 아이들은 상황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를 구분하기에 급급했지만, 나는 그 여유를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생각을 내내 했다.


나는 여유가 생기면 외로워진다.


외로워져야 글을 쓸 수 있는데, 그 외로움이 싫어서 자꾸만 틈없이 살았다. 소설을 좋아하고 쓰고 싶어 하면서 늘 소설로부터 가장 멀어지는 일들만 했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도 블로그도, 문장 한 줄 쓰는 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나는 그동안 뭘 열심히 하고 살았다는 건지, 갑자기 모든 게 허무해졌다.

지금 하는 일이 싫지 않고 괴롭지 않다. 그런데 뿌듯하다가도 문득, 주객전도 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결국 나는 돈 버는 일을 따라 가고 있었다. 남들 보기에 멋져 보이는 일 내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하지만 사실 남의 시선에 못 이겨 억지로 끌려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나는 퍽 긴 거리를 운전했고 꽤나 많은 말을 했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 좋아하는 드라마를 다시 보다가 울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너무 열심히 일하고 너무 열심히 사랑하고 있어서, 그게 너무 부러워 눈물이 났다.

나는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좋아할 때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좋아하는 것이 없다. 일상이, 너무 익숙한 일상 속에서 아무런 감정도 없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새 또 질린 건가 흥미를 잃었나보다,

갑자기 내가 생각한 것들이 부정당한 것 같다 오늘 그냥 내가 들은 말들이, 나를 둘러싼 상황이 어디서부터 정리해서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이곳에서만큼은 솔직하고 싶었는데


나 요즘 정말 가식이다, 감성적인 사람이 이성적인 척 하고 살려니까 지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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