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을 읽는 이유,

by 아메리카노
DSCF9259.JPG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소설을 좋아했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가 재미 있었고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궁금했다. 그래서 자꾸자꾸 소설을 읽었다. 고등학교때 읽던 소설들은 그저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것들이었다. 문학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러다 스무살이 되고 나서야 진짜 문학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던 문학 개론 수업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한 학기 수업 내내 매주 과제가 있었는데, 그걸 한 번도 밀리지 않고 끝까지 한 사람은 나와 또 다른 동기 단 둘뿐이었다. 숙제를 밀리지 않는 성격이거니와 그 과제는 정말 즐거웠다. 매주 단편 하나를 읽고 질문을 만들고 그 답을 찾아 짤막한 서평을 쓰는 것이었는데, 그때 읽었던 단편들은 모두 내게 문학적 충격이었다.


그동안 내가 책을 잘못 읽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오정희 이청준 김영하를 그제야 처음 알게 된 것이 부끄러웠다. 그들의 글도 읽어 본 적 없으면서 소설가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나였다.


나는 한국 소설을, 개중에서도 단편 소설을 참 좋아한다. 그 짧은 글 안에 잘 짜인 소재들을 찾는 재미가 좋다. 한동안은 한국 단편소설만 미친듯 읽었다.


세계 고전 문학을 읽게 된 건 지고 싶지 않아서였다. 한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한국 작가들 책을 내가 추천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나의 독서 스펙트럼을 넓혀야만 한국 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도 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다보니 내가 존경하는 소설가들 역시 고전을 읽고 글을 썼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현대 문학이 고전에서 조금씩 화소를 따와 만들어진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고전은 트집 잡을 수 없을만큼 훌륭하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 문학을 홀대할 이유는 아니다. 요즘 물론 지나치게 유행을 타는 글들이 나오고 있지만 오래 전에 쓰인 작품 중에는 기가 막힌 글들이 있다. 열 번을 읽어도 놀랍고 질리지 않는 것들이, 이런데서 괜한 애국심을 들먹이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문학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너무 아깝지 않을까. 물론 아무 작품이나 다 읽어주란 말은 절대 아님!

매거진의 이전글아주 가끔 깨어있는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