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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Oct 16. 2021

Cat-holic 신자의 기도

고양이와 집사의 기도

4냥꾼 캣브로, 마흔 번째 이야기




고양이의 기도


신이시여, 저 집사는 나의 귀여움에 반해 저를 집에 데리고 갔습니다.

그러나 이 집에는 거슬리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 덩치만 큰 집사 녀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모든 악을 벌하소서.


저 독사 같은 청소기가 구불거리며 집안을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소서.

더 이상 숨을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저 악마 같은 헤어드라이어도 사라지게 하소서.

그것은 저에게 마치 지옥이 울부짖는 소리와도 같나이다.


소중한 발톱을 깎으려는 집사의 흉악한 간계에서 저를 보호해 주시고,

코를 찌르는 탄산음료는 모두 바닥으로 쳐낼 수 있는 강한 힘을 주소서.

허나 저 죄 많은 집사는 매일 탄산음료를 마십니다. 신께서 벌을 주시고 있는 줄로 믿습니다.


오늘도 편안히 잠에 들 수 있도록 저 덩치만 큰 집사 놈이 잠든 동안 뒤척이지 않게 하시고,

나태의 죄에 빠진 집사의 손이 제 등을 영원히 긁도록 허락해 주소서.

집사를 부지런한 일꾼으로 만드시어 온갖 쥐돌이와 낚싯대가 집안에서 춤추게 하시고,

캣닢과 마따따비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은혜를 내리소서.


Cat-men.



집사의 기도


신이시여, 추위에 떨고 있는 작고 예쁜 길냥이들을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성묘로 성장하자마자 교만의 죄에 빠져 집사를 종처럼 부려 먹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들을 이해할 지혜를 주시옵고 다만 불쌍한 이 죄인을 구하소서.


오늘도 제 몸은 성치 않습니다.

저들이 청소기 소리에 놀라 발톱으로 내 발등을 찍지 않게 하시고,

우다다를 하다 무고한 저의 몸을 할퀴지 않게 하소서.


마음도 성치 않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해도 절 노려보기만 할 뿐입니다.

침대에 몸을 누이고 겨우 잠이 들면 축축한 코와 간질거리는 털로 저를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재산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흉악한 발톱에서 모든 연약한 가죽과 천을 보호해 주시고,

털과 헤어볼에 빛을 잃어가는 모든 옷들을 지켜 주소서.


회개합니다. 고양이의 잘못이 아니라 모두 제 탓입니다.

모두 교육을 잘못한 이 죄 많은 집사의 탓입니다. 제가 죄인입니다.


아끼는 수트가 발톱에 찍히고, 한 모금밖에 마시지 않은 음료수가 바닥에 나뒹굴도,

높은 곳에서 저의 배로 뛰어내려도 화내지 않는 바다 같은 마음을 저에게 주소서.

저의 침대에서 매일 똥스키를 타도 웃으면서 세탁할 수 있는 담대함을 주소서.

그리고 이 모든 고난을 버틸 수 있도록 두둑한 지갑을 허락해 주소서.


Cat-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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