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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Oct 04. 2021

고양이 밥 - 집사의 고민, 건식 vs 습식 vs 생식

고양이 사료 급여 - 건식, 습식, 생식

4냥꾼 캣브로,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




그들만의 치열한 오징어 게임


너 나 할 것 없이 술에 거나하게 취해 가는 한 술자리. 벌써 3차이다. 소주는 부담스럽고 맥주를 마시자니 안주까지 먹기에는 배가 부르다. 20대에는 잘 펼쳐 보지도 않았던 메뉴판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를 펼친다. 여기에 해답이 있다. 마른안주. 마른안주에는 역시 맥주다. 헤어짐의 아쉬움을 시원하게 쓸어내리고 배도 부르지 않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3차는 어차피 음식이 메인이 아니다. 그래. 술이 중요하지 안주가 뭐가 중요하랴. 통일이 미덕인 민족답게 메뉴판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모두 한목소리로 외친다. “대충 오징어나 시켜.”


“알콜홀릭들이여. 배는 부른데 술은 마시고 싶은가? 내가 답을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현자이시여.”


“이모 여기 500cc 다섯 잔이랑 오징어요~!”

“오징어? 건조랑 반건조 있는데 어떤 걸로 줄까? 숙회도 있어.”


이모님의 한마디에 갑자기 분열의 조짐이 보인다. 주당들만의 나름 진지하고 치열한 ‘오징어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건조파와 반건조파가 둘씩 나뉜다. 그리고 언제나 있기 마련인 소수파. “나는 숙회 먹고 싶은데...” 결국 먼저 나온 술을 반 잔이나 비우고 나서야 겨우 안주 하나를 정해 주문한다. 보통은 중도 세력인 반건조파가 승리한다. 숙회파는 진즉에 토라져서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 그게 나다.


오징어로 뭉쳤다가 건조함과 촉촉함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양상이 집사들을 괴롭히는 문제와도 꼭 닮았다. 바로 ‘건식, 습식, 생식 중 어떤 방식이 좋을까?’라는 해묵은 고민이다. 날것일수록 비싸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다만 집사들의 사료 고민은 확실히 더 머리가 아프다. 이에 비하면 안주를 고르는 일 따위, 행복해 보일 지경이다. 안주는 취향의 문제이지만 사료는 소중한 아이들의 건강이 달린 문제니까 말이다. 고민의 깊이가 다르다. 영양학적인 문제는 물론 집사의 시간·금전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집사야. 돈 벌어 와라. 사료 좀 더 맛있는 걸로 바꿔 봐라. 콱 물어 버리기 전에.”


건식 vs 습식 vs 생식, 그냥 좋아하는 것 주면 안 돼?


고양이 집사라 한 가지는 다행이다. 개집사는 저 세 가지에 더해 화식(火食)도 고민해야 된다. 생식만 해도 정말 어렵고 힘들었는데 불을 이용해 조리까지 해야 한다니... 세 방식 모두를 시도해 본 입장에서, 개집사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그냥 좋아하는 것 주면 안 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냥이들의 건강과 체질에 따라 맞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수량이 너무 적은 냥이라면 건식만 고집하기보다는 습식을 병행할 수 있다. 반대로 치아 건강이 안 좋다면 습식은 제한하는 것이 좋다. 한편 신장이나 간 질환이 있다면 과도한 단백질 섭취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에 생식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각 급여 방식 나름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오징어에 비유해 보았다.


사료를 오징어에 비유하긴 했지만, 오징어는 소화하기가 어려우므로 고양이에게 주면 안 된다. 구토를 유발한다. 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오징어? 그건 한번도 못 먹어 봤는데."


< 건식:건조 오징어 – 보관도 편하고 가격도 싼데 맛은? 조금 뻑뻑한데... >

장점: 집사 입장에서 가장 이점이 많은 사료 급여 방식이다. 배식과 보관이 다른 방식에 비해 압도적으로 편리하고 무엇보다 경제적이다. 건사료는 밥그릇에 부어 두기만 하면, 냥이들이 배고플 때마다 알아서 잘 먹는다. 냉장 보관도 따로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더 좋은 사료를 줄 수 있음에도 집사의 편의를 위해 건식을 하는 걸까? 집사의 노력이 덜 든다는 부분에 대해 오해는 하지 말자. 모든 방식이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좋은 등급의 건사료는 다른 사료와 마찬가지로 충분하고 균형 있는 영양을 제공한다.


단점: 냥이들도 건식은 아무래도 뻑뻑할 게다. 나도 닭가슴살보다는 촉촉한 닭다리가 좋다. 건식은 수분이 적기 때문에, 음수량이 적은 고양이에게는 건식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습식이나 생식은 부족한 수분을 채울 수 있는 데 반해, 건식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적은 수분이 장점이 될 수도 있는데, 치아에 잔여물이 별로 남지 않아 치석을 예방하는 데 좋다.


"감자튀김도 건사료 맞다고! 아무튼 맞다고! 빨리 감자튀김 줘! 냄새는 나는데 어디 갔어!"


< 습식: 반건조 오징어 – 맛도 좋고 보관도 이 정도면 뭐. 가격이 좀 비싸서 그렇지... >

장점: 건식의 단점을 그대로 뒤집으면, 습식의 장점이 된다. 먼저 사료 자체의 수분 함량이 높기 때문에 물을 잘 마시지 않는 고양이도 수분 섭취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고양이 밥그릇 – 생존의 욕구」 편에서도 강조했듯이, 좋은 사료만큼이나 고양이 건강에 중요한 것이 충분한 수분 섭취이다. 물 잘 마시는 고양이가 진짜 효자다. 그 정도로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습식 사료는 보존제가 건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고, 치아가 상대적으로 약한 노묘에게도 적합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질환으로 입맛이 없으면 건사료는 쳐다도 보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는 전면 습식은 아니더라도 병행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단점: 유통기한이 짧지는 않지만 일단 개봉하면 냉장 보관하더라도 부패하기 쉽다. 건식과 달리 그릇에 남은 사료를 버리자니 아깝고 그대로 두자니 찝찝한 것도 고민이라면 고민이다. 그냥 버리기에는 습식 사료 가격이 그렇게 싼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또 번거로운 것은 습식 사료를 먹고 나면 주변이 많이 지저분해진다는 점이다. 바닥에 묻은 사료는 닦아 내면 그만이지만 장모종이거나 먹성이 너무 좋아 누가 뺏기 전에 먹을 것처럼 먹는 녀석들은 입 주변 털에도 사료가 많이 묻는다. 수분이 많다는 것은 치아 건강 측면에서는 단점이 된다. 남은 음식물 치아에 달라붙어 치석이 잘 생기므로 반드시 양치질을 자주 해 주어야 한다.


물을 아주 잘 마시는 효자 고양이 루비


< 생식:오징어 회 – 없어서 못 먹지. 돈이 없어서... >

장점: 맛과 영양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 습식과 마찬가지로 생식 자체에 수분이 많은 점도 장점이다. 체질이 예민해 유기농 제품을 먹여도 알레르기가 생기는 냥이도 생식을 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재료 선택도 집사가 하기 때문에 그만큼 깨끗하고 좋은 재료만 먹이는 것도 가능하다.


단점: 영양 성분에 대한 공부, 식재료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많은 집사들이 시판 사료를 이용하는 것은 급여의 편리성도 있지만 안전한 먹거리로 균형 있는 생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나이와 체중은 물론 앓고 있는 질환 유무를 고려해 생식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단백질 외에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등 기타 영양소들도 따로 영양제로 챙겨 주어야 한다. 이미 짐작했을 거다.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민서기 등 고가의 기구도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날고기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서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위험까지... 요새는 이런 점들을 보완시판 생식도 많이 나왔는데 배달도 가능하다. 당연히 가격이 꽤 비싸다...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 배달 음식이 더 비싼 법이다.


회에 꽂힌 마끼. 빈 접시를 보고 나라 잃은 표정이 되었다. 우리 집에서 마끼만 유일하게 날것을 좋아한다.


생식, 그 뜨거운 갑론을박에 대하여


생식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뜨겁게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찬성론자는 생식이 육식동물인 고양이에게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반대론자는 생식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생식 급여를 하더라도 철저하게 관리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집사들이 생식 급여를 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비생식파’에 대해서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모두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들 아닌가?


우리 집도 루비가 오기 전, 생식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아내의 역할이 컸다. 다양한 고기들을 보관하기 위한 냉동고를 샀고, 아내는 매일 생식에 대해서 공부했다. 생식을 시작한 첫날이 기억난다. 마끼에게는 천국 같은 날이었고, 츠동이와 구로는 지옥에 놓인 기분이었을 것 같다. 두 녀석을 위해 적응기를 갖고, 급기야 건식 사료를 완전히 치우는 단계까지 갔지만 결국 생식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특히 츠동이는 냄새만 맡아도 자리를 피하는 등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야심 차게 구입한 생식용 냉동고. 애물단지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지금은 캣브로와 아내를 위한 온갖 육고기와 해산물이 가득한 우리 집 보물 1호가 되었다.


결국 생식은 포기했다. 정확히는 마끼만 건식과 생식을 병행하고, 두 녀석은 다시 이전의 건식으로 돌아갔다. 초고단백 사료를 조금만 먹어도 설사를 심하게 하는 츠동이의 본능이었을까. 이전 편에서도 말했듯이, 아무리 좋은 음식도 당사자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먹지조차 않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생식을 하라는 걸까, 말라는 걸까? 질문이 잘못되었다. 감히 말하자면, 저마다의 환경과 사정을 가진 집사들이 선택할 문제이지 당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생식에 도전할 생각이라면 적응 기간을 먼저 갖고 조금씩 다양한 고기들을 먹이도록 하자. 다만 생식에 적합한 고기는 무엇인지, 추가적으로 필요한 영양제는 무엇인지 꼭 정확히 공부한 후 시도해야 한다. 아니면 시판용 생식으로 먼저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번 편도 논란이 없기를 기도하며 이만 글을 줄인다. 다음이 「고양이 밥」 마지막 편이 될 것 같다.

 

날고기는 싫어하고 채소는 좋아하는 츠동이. “츠동아 너, 고양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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