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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Sep 27. 2021

고양이 밥 - 먹지 마세요 냥이한테 양보하세요

고양이 사료 고르는 법

4냥꾼 캣브로,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




좋은 식습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작은 스노볼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근육을 붙이든 지방을 걷어 내든 2할이 운동이고 8할이 음식 조절이다.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말은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하다. 우리의 신체는 몸에 들어오는 것들로 유지된다. 그리고 나쁜 것이 들어오면 망가진다. 우리는 물리 법칙을 거스를 수 없다.


루비와 함께 중력을 거스르고 있는 캣브로. 'Dogi Smile'이라 적힌 가방이 포인트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평소에 아무리 상냥한 사람이라도 몸이 아프면 얼굴에 짜증이 올라온다. 간혹 초인적인 정신력을 가진 성인군자 같은 사람도 있기는 하다만 일단 나는 아니다. 그리고 건강한 몸은 건강한 식습관으로 유지된다. 바쁜 현대인들은 때로 끼니를 거르거나 정크 푸드로 식사를 대충 때우기도 한다. 명심하자.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좋은 식습관은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는 작은 스노볼이다.


식습관의 중요성은 우리의 작고 귀여운 고양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세상에는 좋은 사료들이 많다. 집사는 우리 고양이에게 잘 맞는 사료를 골라 그저 밥그릇이 비지 않게 가득 채워 놓기만 하면 된다. 식탐 많은 뚱냥이가 아니라면 굳이 정량·정시 급여를 할 필요도 없다. 편의점에서 고삐가 풀린 채 흉악한 음식들을 쓸어 담는 아내가 좀 보고, 앗, 아니다. 그런데 고민스럽다. 사료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다. 좋은 사료만큼이나 나쁜 사료들도 많다. 좋은 사료란 어떤 사료일까?


사료 때문에 머리를 쥐어짜는 집사들에게


사실 이번 편은 글을 쓰기가 유독 조심스럽다. 사료 선택은 냥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냥이들마다 다른 체질과 기호도 고려해야 한다. 감히 말하자면 모든 고양이에게 최고인 사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우리 고양이에게 잘 맞는 최적의 사료만 있을 뿐이다. 때로는 성분 표기와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해 가며 애써 고른 사료가 냥이의 체질이나 기호에 맞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 다른 집사들에게 기부하는 일도 생긴다.


고민을 덜어 주기라도 하듯(한편으로 너무 슬프게도) 대개는 비싼 사료가 성분도 확실하고 필수 영양소도 제대로 함양하고 있다. "집사야, 밥이 없네?"


경험 많은 집사들 사이에서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좋은 사료의 기준이 다르다. 때로는 어떤 제품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기도 한다. 그 사료가 한 고양이에게는 잘 맞지만 다른 고양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심지어 우리 집의 기준도 때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예를 들어 아무 문제가 없던 사료지만 한 고양이가 유독 설사 또는 변비를 하면 사료를 바꿔 보는 식이다.


특히 다묘 가정이라면, 냥이마다 기호가 달라 두세 종류를 급여하기도 한다. 여러 면에서 사료를 고르는 일이 캣타워나 화장실을 고르는 일보다 더 힘들다고 본다. 앞서 설명한 이유들로 특정 제품이나 우리 집에서 먹이고 있는 사료를 추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좋은 사료를 고르는 몇 가지 원칙을 안내하려 한다.


1) 고양이 사료 등급

고양이 사료에는 등급이 있다. 다만 등급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기보다는 뒤에 설명할 원칙들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총 4개 등급이 있으며, 이와 별개로 오가닉 사료가 있다. 최고급 등급부터 설명한다.


1등급 - 홀리스틱(Holistic): 최고급 사료이다. 가공하지 않은 곡물을 사용하고,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원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육류 함량이 높다. 이외 과일과 채소 등이 들어간다.

2등급 - 수퍼 프리미엄(Super Premium): 고급 사료이다. 홀리스틱과 마찬가지로 곡류보다 육류 함량이 높지만 옥수수나 콩 같은 일부 알레르기 유발 곡물이 들어간다. 알레르기가 있는 냥이라면 피해야 한다.

3등급 - 프리미엄(Premium): 일반 사료이다. 이 등급부터는 대체적으로 좋지 못한 원료를 사용한다. 단백질원을 명확히 표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영양소 또한 균형이 잡혀 있는 편이라 보기는 어렵다.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한다.

4등급 - 그로서리(Grocery): 저급 사료이다. 저급 원료로 양만 채운 것이라 보면 된다. 단순히 영양적으로 좋지 않은 것을 넘어, 몸에 안 좋은 원료들도 들어간다. 집고양이에게 급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가닉(Organic): 등급과 관계없이 유기농 원료만을 사용하여 만든 사료를 말한다. ‘그러면 오가닉이 제일 좋은 것 아니야?’ 아니다. 안전성과는 별개로 영양소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제품들도 더러 있으며, 일부 제품들은 방광염을 유발한 전례도 있다.


"좀 좁지 않니? 아님 말구." 4냥이 모두가 잘 먹는 사료를 찾기까지 오래 걸렸다. 츠동이는 넷 중 가장 입맛이 까다롭다. 보통 츠동이만 잘 먹으면 나머지도 문제없다.


2) 브랜드

우리 집은 브랜드를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 역사는 길지만 리콜 이력은 적은 회사 제품을 고른다. 그러나 이런 기준도 절대적이지는 않다. 브랜드가 좋다고 해서 그 제품이 무조건 우수할 것이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신생 브랜드 중에도 얼마든지 좋은 제품이 많다. 그러나 초보 집사에게는 역사 있고 유명한 브랜드를 권한다. 실패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고양이 사료는 고양이를 위한 풍부하고 균형 잡힌 영양소를 제공한다. 단백질과 지방, 기타 필수 영양소를 대충 배합하여 만들지 않는다. 사료는 매일 먹어도 건강할 수 있도록 그리고 특정 영양이 과잉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연구 끝에 나온 과학 기술의 산물이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지만 사료를 생산하는 회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료는 밀폐 용기에 따로 담아 보관하는 것이 편하다. 봉지째 사용하면 불편하기도 하고 매일 여닫으면서 습기가 찰 수 있다.


3) 주원료와 필수 영양소

육식동물인 고양이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소는 무엇일까? 너무 쉬운가? 정답은 단백질이다. 이쯤에서 의문이 들 수 있다. ‘명색이 고양이 사료인데 단백질이 안 들어갔을 리는 없을 텐데?’ 단백질에 관해서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원료가 명확하게 표기되어 있을 것. 그리고 단백질 함량이 너무 낮지 않을 것.


닭고기, 연어, 참치 등 원료가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는 제품이 있는 반면에 닭고기 분말 또는 어분 등으로 표시된 제품도 있다. 단연코 전자가 정제된 원료를 사용한 더 좋은 사료이다. 닭고기로 예를 들면 후자의 경우 깃털, 부리 등 모든 부위를 갈아서 만들기도 한다. 순수하지 않다. 심하게는 ‘동물성 단백질’이라고만 표기된 제품도 있다. 저가 사료들의 대부분이 그렇다.


단백질 함량이 너무 낮은 제품도 피해야 한다. 영양 성분 중 단백질의 비율이 ‘최소 30%’는 되어야 하며, 가능한 한 높은 것이 좋다. 특히 한창 성장기 고양이는 성묘보다 더 많은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다만 고단백 사료를 먹고 설사를 하는 체질이라면 단백질 함량이 조금 낮은 사료를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다면 글루텐-프리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다.


그 외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필수 영양소들이 함유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방과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 아르기닌, 미네랄 등 종류가 워낙 많아서 머리가 아파 온다. 수많은 필수 영양소를 제대로 포함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해당 제품이 미국사료협회(AAFCO)의 기준을 따르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방법이 제일 간단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가 이 기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포장에 친절하게 기입되어 있으므로 확인 방법도 간단하다.


고양이 사료는 단백질 함량이 높다. 웨이트 운동 후 우유에 말아먹으면 몸이 좋아질 것 같이 생겼다. 맛있어 보여도 먹지 말고 고양이에게 양보하자.


4) 고양이의 기호와 체질

사료의 크기, 맛, 향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사료도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냥이가 잘 먹는다고 싸구려 사료를 먹이는 일은 절대 없어야겠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료를 강요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된다. 큰마음 먹고 구입한 비싼 사료를 츠동이가 절식 투쟁을 하며 거부했을 때가 기억난다. 이 새끼, 아니 이 녀석은 간식도 아무거나 먹지 않아서 마끼만 신나게 파티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때는 성분이 비슷한 다른 제품을 찾거나 좋아하는 사료를 조금 섞어 주기도 한다. 손 참 많이 간다. 많이 가.


냥이의 취향과 별개로 우리 집은 너무 부서지는 사료는 선호하지 않는다. 밥그릇 주위에 사료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것도 신경 쓰이지만 츠동이의 턱드름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 또 츠동이다. 부스러기가 많으면 체에 걸러서 줘야 하는데 굉장히 번거롭다.


"츠동아... 형아랑 엄마가 너 때문에 많이 힘들어..."


5) 기능성

변비나 설사 같은 장 기능 개선을 위한 사료부터 헤어볼 케어를 위한 영양제까지 다양한 기능성 제품들이 있다. 이외에도 요로계 질환이나 염증 케어를 위한 제품들도 있다. 냥이가 특정 질환을 앓고 있거나 징후가 보인다면 이런 기능성 사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는 의약품이 아니므로 기능성 사료만으로 특정 증상이 극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믿는 것은 조금 곤란하다. 증상이 심하거나 나아지지 않는다면 임의로 기능성 제품을 선택하기보다는 가능하면 병원에서 진찰부터 받고 적절히 케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조하게 정보만 전한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무겁다. 사료에 대해 정말 깊게 파고들자면, 영양학적인 지식도 필요하고 수백 개가 넘는 제품들을 꼼꼼히 비교할 수 있는 성실함과 경험도 필요하다. 아내에게 많은 조언을 얻었고 블로그와 영상도 참고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좋은 집사가 되는 길이 정말 쉽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고양이 밥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두 편이 남았다. 다음 편에서는 뜨겁게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건식과 습식 그리고 생식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이런... 벌써 겁이 난다.


이것은 장난감인가, 간식인가. 츠동이와 달리 아무거나 다 잘 먹는 루비. 집사의 쫀드기를 탐하다. "겁내지 마. 형아. 나처럼 일단 부딪혀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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