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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Oct 14. 2021

고양이 밥 - 간식 그리고 금지된 음식

고양이간식, 고양이가 절대 먹으면 안 되는 것들

4냥꾼 캣브로,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




주지육림, 안방의 두 진상


술이 목까지 찰랑찰랑하게 찰 정도로 마신 어느 날이었다. 술이 곧 나이고, 내가 곧 술인 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했던 그날의 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집에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알고 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다는 것과 꽤 다르다. 그렇다. 나는 그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나는 옷을 벗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갑자기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고 한다. 기이한 분위기에 아내는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잠시 후, 나는 영화 엑소시스트에 나오는 악령 들린 소녀처럼 안방 바닥에 그날 마신 술과 음식을 모두 게워 냈다. 아내는 바티칸에서 신부님을 불러야 하나 무당을 찾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더 환장할 일이 일어났다.


형제들의 간식까지 모두 빼앗아 먹은 식탐 대마왕 마끼가 내가 토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침대에 그날 먹은 모든 간식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날 안방은 술이 못을 이루고 고기가 숲을 이루는 주지육림의 낙원과도 같았고, 동물과 동물이 만들어 내는 예술의 흔적이 가득했다. 나와 마끼는 아내에게 호되게 혼났다.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행이다. 그 와중에도 마끼와 함께였기에 덜 무서웠으리란 것은 분명하다. 매도 같이 맞으면 덜 아픈 법이니까.


사람이든 고양이든 갑자기 토를 하는 이유는 대개 다음의 두 가지이다. 너무 많이 먹었거나,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었거나. 그렇다. 이번 편의 주제는 고양이 간식과 고양이가 절대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다.


우리 집 No. 2 진상. 아내는 두 진상을 보고 부글부글 속이 끓어오르면서도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에 안 웃을 수 없었다고 한다.


과유불급, 고양이 간식은 무슨 맛일까


실제로 먹으면 좀 비릴 거 같지만 고양이 간식은 의외로 향이 좋다. 육고기와 해산물이 주재료인 만큼 술안주로도 제격일 것 같다. 이자카야가 아니면 평소에 구경하기도 힘든 가쓰오부시까지 들어가니 고양이 녀석들에게 참을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오는 것도 지당하다.


간식은 마치 술과 같다. 적당히 섭취하면 삶에 활기를 주고 어색한 사이도 도원결의를 맺게 만들지만, 과하면 몸과 정신을 해치고 관계를 망친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술과 달리, 집사가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양이들에게까지 금욕을 강요하지는 말자. 간식을 영리하게 이용함으로써, 우리는 특정 행동에 대해 보상하고, 스트레스도 해소해 줄 수 있다.


간식은 보통 하루 적정 섭취 칼로리의 10% 정도를 주는 것이 적당하다. 적정 섭취 칼로리는 몸무게와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고양이 권장 칼로리 계산기라고 검색해 보면 쉽게 산출해 낼 수 있다. 사실 삼시 세끼 밥을 잘 먹는다면 간식을 꼭 챙겨 줄 필요가 없기는 하다. 사람으로 치면, 간식은 삼계탕이나 추어탕 같은 보양식이 아니라 과자나 아이스크림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간식을 줄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목욕이나 발톱 깎기 등 스트레스를 견뎌낸 냥이에게 보상이나 칭찬의 의미로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본주의의 맛에 이성을 잃어 버린 녀석들. 집사와의 돈독한 유대를 위해 가끔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꼭 먹어야 하는 약을 완강히 거부할 경우, 간식에 섞어 주기도 한다.


간식을 줄 때 주의사항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당연하게도 간식을 너무 자주 섭취하면, 뚱냥이가 되어 버릴 수 있다. 아내가 다이어트를 시도할 때도 가장 먼저 한 일이 집안의 온갖 흉악한 과자들을 치우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아내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이 한 몸 희생하여 모든 과자를 먹어 치웠다.


한편 냥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마다 간식을 주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계속 귀찮게 하거나 다른 냥이들을 괴롭힐 때마다 주의를 돌리기 위해 간식을 줘 버릇하면 문제 행동이 더 잦아질 수 있다. 미운 놈일수록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던가. 원칙 없는 간식 급여가 우리 집 고양이를 예절도 모르는 건방진 녀석으로 만들 수 있다. 고양이를 진정 아낀다면 따끔하게 혼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항상 토할 때까지 먹으려 하는 마끼를 떠올려 보니 우리는 교육을 잘못 시킨 것 같다.


새로 입양한 아기 고양이가 경계심이 너무 심해 사료를 입에 대지도 않으려 할 때는 보통 간식으로 마음을 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가급적 너무 어릴 때는 간식보다는 다양한 사료를 경험하게 해 주는 편이 좋다. 입이 짧은 냥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식부터 캔에 든 습식 사료까지 다양한 사료를 먹어 볼 수 있도록 하자.


가끔씩 주는 간식이라 하더라도 사료와 마찬가지로 성분 표시를 잘 따져 보아야 한다.


방심금물, 고양이가 먹으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하여


고양이가 먹으면 안 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긴말이 필요 없다. 고양이가 먹으면 큰일 나는 대표적인 음식들과 이유를 알아보자.


파, 양파, 부추를 비롯한 백합과 식물: 백합과 식물에 있는 ‘프로필 다이설파이드’라는 성분이 적혈구 파괴를 유발한다. 백합의 꽃가루만 흡입해도 치명적일 정도라고 하니, 집에서 식물을 키우기 전에는 해당 식물이 고양이에게 유해하지는 않은지 꼭 확인해야 한다.


화초류: 위에서 언급한 백합은 물론, 튤립이나 알로에 등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 중에도 고양이에게 위험한 들이 꽤 된다. 이름조차 생소한 화초도 많고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해로운 식물이 너무 많아 차라리 안전한 화초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빠를 정도이다. 화초를 키울 계획이라면 반드시 확인하자.


고사리과 식물 대부분은 안전하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냐. 알로카시아처럼 허우대 좋은 놈은 괴롭히고, 상추처럼 맛 좋은 놈은 씹어먹었다. 집사야, 캣닢 하나 꽂아 봐라."

  

초콜릿: 개에게도 위험한 음식인 초콜릿은 고양이가 섭취할 경우 특히 더 위험하다. 카카오의 테오브로민과 카페인 성분은 고양이에게 아주 치명적이다.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다.


포도: 포도는 급성신부전을 유발한다. 이는 건포도도 마찬가지인데, 건사료와 크기가 비슷하므로 실수로라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껍질과 씨 역시 위험하므로 혹시라도 알맹이를 먹고 뱉은 껍질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버려야 한다.


술: 설명이 필요할까. 술은 동물들에게도 간 손상을 유발한다. 다행히 냄새만 맡아도 기겁하고 도망가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한번은 오래전 개를 키우는 집에 방문했을 때, 일행 중 한 명이 ‘얘네도 술 마시나?’ 하면서 먹이려고 하는 경우도 봤다.


우유: 의외의 음식이다. ‘우유도 못 먹으면 아직 눈도 못 뜬 아깽이들은 뭘 먹으라는 거냐!’라 반문할 수 있다. 고양이는 일반 우유를 마시면 유당으로 인해 심한 설사를 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캣브로도 우유를 많이 마시면 속이 괴롭다. 정 급하면 락토프리 우유를 줄 수도 있지만, 아깽이는 되도록 고양이 전용 우유를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날음식: 생식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관리하면 모를까 익히지 않은 육류나 해산물도 가급적 주지 않는 편이 좋다. 고양이는 육식동물이기는 하지만 살모넬라 같은 병원균까지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생으로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한 육회나 회를 조금 주는 것은 무방하다. 물론 간을 해서는 안 된다.


그냥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긴가민가할 때는 ‘무조건’ 먹이지 않는 것이 낫다. 우리의 직관과 다르게 생각보다 반려동물에게 위험한 음식들은 사방에 널려 있다. 설렁탕에 들어 있는 푹 익힌 소고기조차 위험할 수 있다. 탕에 조금 들어간 다진 파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양파나 파는 익힌다 하더라도 고양이에게 해가 되는 성분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혹시라도 위험한 음식을 먹었을 경우, 단 일 초도 지체하지 말고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자. 응급 처치로 희석한 과산화수소나 구토 유발제를 먹여 일단 토해 내게 할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나조차도 구토를 유발한 경험은 한 번도 없다. 과산화수소 자체가 위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 명심하자. 아프면 병원으로 가자. 유난히 글쓰기가 조심스럽고 유독 힘들었던  「고양이 밥」 편을 이제 마친다. 오늘은 숙면을 취하고 싶다. 맥주나 한 캔 마셔야겠다.


"아이씨... 나도 간식 먹을 줄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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