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2020년에 집에서 혼자 우연한 기회로 보게 된 영화 나는 보리. 이 맘 때쯤 본 영화라 그런지 근래에 계속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아들에게 대충 줄거리를 알려 준 뒤, 이 영화 같이 볼래?라고 물어보니 고맙게도 너무 궁금하다고 하여 2차 관람은 아들과 오붓하게 보게 되었다.
바다 마을에 사는 열한 살 소녀, 보리는 가족 중 유일하게 들을 수 있다. 초등학생이 된 보리는 말로 하는 대화가 점점 더 익숙해지고 수어로 소통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데… 소리를 잃고 싶은 아이, 보리의 특별한 소원이 시작된다!
한적하고 예쁜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 주인공 보리는 매일 소원을 빈다. 소리를 잃게 해 달라고...
아빠, 엄마, 보리, 남동생 정우. 보리는 가족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낀다.
밥을 먹다 TV에서 바다 깊이 들어가면 귀가 먹먹하고 잘 안 들린다는 해녀 할머니의 인터뷰를 보고 보리는 결심한다. 바다에 뛰어들기로. 아빠의 낚시를 따라갔다가 계획을 실행에 옮긴 보리는 병원에서 깨어난다. 소리를 정말 잃게 된 보리...
보리가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 정우는 누나에게 이제 학교가 재미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친구도 없이 늘 혼자 논다는 정우. 동네에서 축구는 가장 잘 하지만 주전이 아닌 후보라는 동생의 말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처음으로 누나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 같다.
어느 날은 하교 후 아빠와 함께 낚시를 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데 그때 아빠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보리를 임신했을 때 들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했다. 대화를 같이 못할까 봐.. 태어났는데 울지도 않아서 안 들리는 줄 알고 기뻐했다.'는 말에 웃을 수 없는 보리. 영화에서 보리 아빠는 한 없이 다정하고 좋은 아빠다. 분명 위로를 하기 위해 건넨 말이겠지만 나도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굳이 이 말을 했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사실은 소리를 잃지 못한 보리. 가장 친한 친구인 은정이에게만 털어놓고 여름방학 동안 안 들리는 척하며 지낸다. 은정이를 제외한 친구들에게 섭섭한 감정을 느끼며 정우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의 동정 어린 시선이 어딘가 불편하기도 하다. 엄마와 시장에 나갔다 나쁜 옷가게 직원들에게는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이렇게 야무진 아이지만, 안 들리는척하며 겪었던 현실에 깨닫는 것이 많았을 것 같다.
고모와 함께 병원을 찾은 보리와 정우. 보리는 수술을 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정우는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자동차 클락션 소리나 경보음 같은 소리는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하지만 격한 운동은 할 수 없다. 정우가 그렇게 좋아하는 축구도 할 수 없게 된다. 고모는 이런 말은 부모님에게 전하지 않는다.
답답한 보리는 참다 참다 결국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사실은 소리를 잃지 않았고, 정우는 수술을 하면 축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그렇게 영화의 마지막씬은 정우의 축구 시합이다. 정우는 결국 수술을 하지 않은 듯하고, 주전으로 뛴 정우는 팀의 에이스로 큰 활약을 해낸다. 아쉽게도 경기는 준우승으로 끝이 나지만, 정우의 학교 생활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마치 슈퍼스타가 된 듯한 정우이다.
보리의 이번 여름방학은 특별했다. 소외감을 떨쳐 내고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고, 차가운 현실의 한편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어린 나이에 책임감도 느꼈을 것이다. 화목한 가정과, 좋은 친구와 이웃들의 정을 느끼며 자란 보리이기에 이런 책임감 또한 자라면서 좋은 쪽으로 작용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들은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 영화를 제외하고 이런 장르의 영화는 처음이다. 하지만 1시간 50분 동안 옆에서 재잘재잘 질문을 해 가며 너무 재밌게 잘 봐주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9살의 감상평>
우선 출연자들이 진짜 가족이 아니라는 것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모두가 연기자들이고 사실 저 사람들은 귀가 잘 들리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해주니, '그럼 수화를 다 외운 거야? 대단하다!'라고 말하는 순수함. 그러면서 보리의 집도 가짜냐는 아들. 허락을 받고 빌린 뒤에, 내부를 조금 꾸몄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야외 촬영도 장소를 빌려야 하냐는 응용 질문에, 물론 미리 허락을 받으면 촬영을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본인이 초등 2학년 남자 아이다 보니, 보리보다는 정우에 감정 이입이 되는 듯했다. 친구들이 저렇게 대하면 섭섭할 것 같다거나, 수화로 일일이 얘기해야 하니 불편할 것 같다는 아들. 마지막에 정우가 축구 시합에 나가지 못할까 봐 불안해서 옆에서 쫑알쫑알 떠들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