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고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을 읽고 최은영 작가님의 다른 소설을 읽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번에 구매한 책이 <내게 무해한 사람>. 책을 읽다가 잠시 덮어 두고는 다른 일을 보고 와 책을 다시 읽으려는데, 표지에 써 있는 책의 제목을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떠 올랐다.
나에게 있어 무해한 사람은 누구일까?
나에게는 초등학생 때부터 3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가족 같은 친구들이 있다. 요즘은 다들 각자의 가정도 생기고 바쁘게 사느라 자주 보기는 어렵지만 어떠한 대소사가 있을 때에는 역시 이 친구들만큼 든든한 존재가 없다.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이 친구들은 내 평생의 자산과도 같다.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만큼 비밀이랄 것도 없고 각자의 장단점 또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이 친구들은 나에게 어떤 일이 생겨도 늘 내 편이 되어 주는 내게 무해한 사람들이다.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서도 우리가 만나면 타임머신을 타고 근심 걱정이 없는, 아직 때 묻지 않았던 2000년대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해 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내게 한없이 무해한 이 사람들의 앞날이 늘 꽃길이기만을 바란다.
아기만큼 무해한 존재가 또 있을까? 무럭무럭 자라 어느새 초등학생이 된 내 아기. 나에게 있어서 가장 무해한 존재는 바로 내 하나뿐인 아들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분들이라면 십분 공감할 것이다. 고된 하루에 지쳐 괜스레 어린 아들에게 짜증을 부리고 작은 일에 버럭버럭 하더라도, 그런 엄마 뭐 좋다고 금세 다시 와서 방긋방긋 웃어주는 내 강아지. 그 어떤 청정 지역보다도 더욱 맑고 깨끗하다.
지친 나의 활력소가 되어 주기도, 아직 철없는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 주기도, 아무것도 아닌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내 인생에 있어 지금도 앞으로도 세상 가장 무해한 사람. 늘 고맙고 이 토실한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못난 엄마에게 과분하기만 한 존재인 아들이다.
내게 무해한 존재로 소꿉친구들과 아들을 꼽아 보았다. 그 외에도 부모님을 비롯해 떠오르는 몇 명의 인물들이 있기는 하다. 내 곁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내 인복이겠거니라고 당연시 여기지 않고 나도 그들에게 있어 무해한 사람일 수 있게 이기적인 마음은 저 멀리에 던져 버리고 노력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