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
아들이 동네 친한 형아에게 운 좋게 얻어온 사슴벌레 한 마리. 집에서 움직이는 무엇인가를 키운다는 게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조그만 벌레 한 마리를 아주 애지중지 사랑을 듬뿍 주며 키웠다. 이름하야 '로미'. 이런 순수한 모습이 귀엽기만 한 엄마다.
겁쟁이 우리 아들에게는 밥인 젤리를 넣어 주는 일도, 집이 되는 톱밥을 새로 갈아 주는 일도 아주 큰 용기를 내서 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그럼에도 꼭 본인의 고사리 손으로 아빠 엄마를 도와 함께 했다.
그렇게 사랑으로 키운 사슴벌레 '로미'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사슴벌레는 야행성이라 가끔 아무 움직임 없이 있는 날도 많이 있어서 대략 일주일정도를 지켜본 후에야 정말 죽었다고 판단을 했다.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로 판명되자 아들은 2시간가량을 펑펑 울어버렸다. 다음 날 얼굴이 퉁퉁 부어 눈이 잘 떠지지 않을 만큼 말이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슬퍼할 줄 몰랐다. 눈물만 살짝 보이고 말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오열을 할 줄이야... 무슨 일이든 역시 첫 경험은 소중하고 강렬한 모양이다.
로미는 아파트 뒤쪽 화단에 고이 묻어 주었다. 누군가 심어놓은 선인장을 묘비 삼아 그 앞쪽에 살짝 묻었다. 이 일은 무려 2년 전의 이야기인데, 아직까지도 우리는 로미의 묘지에 가 인사를 하고 오곤 한다. 기도하듯 손을 모으고 "잘 있지?"라고 안부를 물으며 속삭이는 아들을 보면, 로미가 아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아들이 얼마나 정이 많은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2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 지냈던 3개월의 시간을 잊지 않고 아직도 소중하게 기억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예쁜 마음과 아직은 순수함을 잃지 않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도 든다. 초등학교 2학년인 지금, 진심으로 천천히 자라주었으면 좋겠다고 매일 생각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작은 벌레 한 마리였지만, 이별이란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했고,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사랑을 담뿍 주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았으면 한다. 이유인즉슨, 우리는 곧 고양이 집사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엄마인 나도 고양이는 처음이라 많이 공부해서 좋은 냥집사가 될 수 있도록 사전에 노력을 해 두어야겠다.
반려동물 또한 가족의 일원이 아닌가. 어떤 고양이가 과연 우리 집 막내로 들어오게 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지만, 우리 세 가족 모두 두 팔 벌려 대환영할 준비가 되어있다!
로미, 다음엔 더 좋은 곳에서 만나!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