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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쓰지만 알콜중독

극복기!

by 유긍정



나는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이다.

요즘 흔히들 쓰는 말로 알쓰, 술쓰라고 부르기도 한다. 알코올 쓰레기, 술 쓰레기의 줄임말로, 풀어서 얘기하면... 오히려 더 기분 나쁘다. 거 참, 술 그까짓 거 좀 못 마실수도 있지… 누구는 못 마시고 싶어서 못 마시나! 술은 못 마셔도 술자리는 좋아하는 1인으로써 열폭 좀 해봤다.

소주는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기분이 들어서 정말 20,21살 간이 아주 아주 싱싱하고, 내가 술을 먹는지 술이 나를 먹는지 모르던 시절에만 마셔 볼 수 있었던 나에게 있어서는 전설의 술이다. 그러니 소주를 안 마셔본 지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나의 주종목은 맥주다. 아무래도 도수가 낮고 달지 않아 치맥처럼 반주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 그래도 맥주는 잘 마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내 주량을 밝혀 보자면 생맥주 500 두 잔. 컨디션 좋으면 한두 잔 더 가능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밖에서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며 마실 때 얘기고, 집에서 마실 땐 이마저도 주량이 확 줄어든다. 피곤한 날엔 겨우 작은 캔맥주 한 캔으로 넉다운이 될 때도 있다.


그렇지만, 거의 매일매일 마시는 이놈에 맥주 때문에 내가 고민이 아주 많다.


이것이 알코올중독인가 싶다.


어떤 사람들은 콧방귀를 뀌며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상당히 진지하다. 누군가에게는 고작 맥주 한 캔 일지 몰라도 나는 저 한 캔을 마시고 알딸딸하니 취해서 잠이 든다. 안 그래도 잠귀가 밝고 예민한 나는, 이 맥주를 마시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더욱 마시고 싶어 진다. 게다가 잠드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오늘은 절대 마시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결국 밤이 되면 맥주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딸깍, 또 한 캔을 까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몇 달 아니, 1년을 거의 매일 밤 맥주와 함께 잠이 들었다. 이 습관은 당연히 악습관일 테고, 내 몸에는 당연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먼저, 피부에서 드러났다. 원래도 그렇게 고운 피부는 아니지만, 피부가 푸석푸석 해지고 여드름이 한번 나면 그 자국이 굉장히 오래 남아있었다. (이 사실은 맥주를 끊고 나서야 알게 됐는데, 술을 거의 안 마시다 보니 여드름 자국이 금세 사라졌다.)


두 번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랫배만 볼록 나오더니 나중에는 튜브 라인으로 옆구리와 뒷구리로 퍼져나가 바지핏이 전과 달라져 버렸다. 심지어 이 배는 잘 빠지지도 않고 식단과 운동으로만이 뺄 수 있었다.


세 번째, 만성피로처럼 푹 자고 일어났지만 어딘가 개운하지가 못했다. 이 사실도 맥주를 끊고 나서야 알게 됐는데, 나는 내가 아이와 함께 자기 때문에 그저 푹 잠들지 못하거나 만성피로인줄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숙면을 취할 수 있었고, 그다음 날은 정말 개운하고 피로하지도 않았다는 것!



내가 맥주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유가 크다. 살이 더 쪘다가는 바지 전부를 다시 사야만 했고, 매일매일 피로한 하루를 보내는 것에도 이골이 났기 때문에 이제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맥주를 사다 놓는 일을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정말 내가 그동안 알코올의존도가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 번에 실패를 거듭하기도 했었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맥주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대체 식품으로 탄산수를 선택했다. 그런데 괜스레 더 맥주 생각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뭐 다른 대체품이나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책을 읽던 중 유레카! 를 외쳤다. 그 책 속 주인공이 맥주 대신 옥수수수염차를 마신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나도 바로 옥수수수염차를 사서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중엔 이 마저도 뭔가 슴슴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더 맛이 진한 헛개수로 갈아탔다. 헛개수는 내 입맛에 아주 딱 맞았고 그렇게 한 달 정도를 마시다 보니


드디어, 맥주를 끊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술을 끊고 있던 즈음에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나 때문에 헛개수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도 몇몇 있다. 지금은 다시 맥주를 마시고는 있지만 그전처럼 매일 마시지는 않는다. 주말이나 사람들과 술약속이 있을 때 양껏 마신다. 그렇다고 과음을 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과음이랄 것도 없는 주량이니까...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 중에 아기를 재우고 난 후, 맥주 한 캔을 시원하게 마시고 자는 것이 하루의 낙인 아기 엄마들이 많은 걸로 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고. 혹여나 나처럼 이 맥주와의 질긴 인연을 끊어 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헛개수를 조심스레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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