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으로 검색해서 오셨을 거예요. 그렇죠?
브런치에서 손을 뗀 지 어언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읽어주신 덕분에 저도 살아있음을 느꼈어요. 글을 쓰던 내가 있었지, 그런 글을 써 내려가던 내가 있었지, 눈물을 흘리던 내가 있었었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아침과 점심, 잠들기 위해 먹는 저녁약까지 총 세 번의 약을 복용하는데요. 아침, 점심약에서는 우울증 약을 빼버렸어요. 이 정도 불안은 이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도 매주 한 번씩 정신과로 가서 약을 지어먹고, 매주 기분이 어땠는 질 이야기하며 열심히 치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기회가 되면 두 번까지도 상담 교수님을 찾아뵙고 있어요. 이것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무서워하지 않기, 조금 더 용기 내는 연습을요. 얼마 전에는 밤에 혼자 택시 타는 것도 도전해 보았답니다. 필요하니까 해냈다고 하기엔, 기사님께서 말을 걸 땐 속이 울렁거려서 당장이라도 광안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고 싶었지만요.
우울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단 것을, 우리 우울증 인간들만 알아요. 한 번 우울한 건 아마도 그런 기분이었던 날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당장 오늘도, 가까운 내일, 다음 주, 한 달 뒤, 스쳐지나갈 법한 먼 훗날까지. 상상할 수 없다면, 그건 제대로 단련된 우울의 기분이 모든 걸 가린 것이죠. 저도 많은 연습을 한 만큼, 많은 시간이 지나야 새로운 기분에 적응하는 이 훈련도 잘 마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회사에만 가면 심장이 벌렁거리신다고요? 그런데 당신은 자연스레 오늘 밤도 잠에 들고, 내일은 출근을 준비하시겠죠.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용기 있는 것이게요. 그 용기면, 어느 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을 거예요. 아니면, 회사에서 내 심장을 벌렁이게 하는 그 과장님에게 시원하게 말대답 한 번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소심한 복수라도요.
어디 만화 주인공처럼 내가 기를 모은다고 해서 다음 날 에너지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분노 에너지를 축적한다고 해서 한 달 뒤에 용감무쌍해지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어디서 읽자니 시간은 인간사에만 있을 뿐, 우주에서는 다 허상이래요. 움직임의 연속일 뿐이라고 하더이다. 움직임의 연속이 시간이라면, 시간은 다시 움직임의 연습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방향을 향해, 어떤 걸음으로 나아가더라도 지금은 연습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상상이 가지 않는 오늘도 연습, 내일은 좀 더 나은 연습, 다음 주도 그럴 거예요.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지하철을 편하게 탈 수 있게 된 것이 아닌 것처럼요. 그냥, 오늘은 연습일 뿐입니다. 오늘의 움직임과 오늘의 결심이 내일로 이어질 테니, 오늘을 잘 보냈다면 내일은 조금 더 편해질 거예요.
그래서, 그래서요. 오늘 해야 할 일은 오늘처럼 지내기, 하지만 오늘을 살아낸 나를 기특하게 여기기. 그것까지만 하고 이불 덮고 자고 나면 또 한 번 기특한 아침을 맞은 내가 있을 거예요. 세상에는 오로지 나와 그런 나를 보는 나, 둘 밖에 없으니까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서 자꾸 아파하지 마세요. 아픔은 지난날에서 파생되지 않아요. 나를 보는 내가, 나를 예쁘게 볼 수 없어서 그런 것일 뿐이니까요.
눈 감는 날까지, 우리는 영원히 나와 나를 보는 나, 둘로만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중 내 편을 하나 만들어보세요. 세상 모든 것이 내 편일 거예요.
그뿐이랍니다. 우울을 딛고 일어나는 것엔, 나를 찾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