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마구 벗어둔 옷 중에 하나가 흘러내린 줄도 모른 채 있다가 책상 앞 의자에 털썩 앉았다. 옷이 떨어져 있어서 집어 들려고 하니 그 속에 솜이가 누워서 자고 있다. 솜이 덕에 따뜻해진 옷. 추운 내 방에서 솜이가 데워놓은 덕에 바닥에 있던 옷에 솜이만큼의 온기가 돈다.
귀여운 솜이, 사랑스러운 솜이. 내 고양이, 내 작고 소중한 고양이. 솜이는 느닷없이 생겨난 이런 자리(?)에서 잠을 잘만 잔다. 그 덕에 옷을 치우지 못하고 솜이 옆에 앉아서 휴대폰이나 보는 순간은 내가 가장 빠르게 젖어드는 행복의 정점이다.
작은 소리에 움찔거리는 귀, 정수리부터 목덜미까지 털을 쓸어내리면 꿈에서 무언갈 먹고 있는지 쫍쫍 소리를 내는 조그마한 입, 노랗고 하얀 털이 섞여 보드랍기만한 솜이의 배. 잠자는 천사, 그런 표현보단 천사가 편안히 잠든 시간이라 표현하면 어떨까. 걱정 없이, 두려운 것 없이, 조급한 것도 없이 바닥에 평행선처럼 함께 누운 시간. 솜이의 숨소리에 맞춰 차분해지는 나의 정신.
차가운 바닥이라도 사랑할 수 있어. 주저앉은 그 자리에서도 행복을 만날 수 있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도 괜찮아. 솜이가 털고 일어난 자리에 남은 말들이 들려온다. 그러면 나는 속절없이 솜이의 사랑에 넘어가서는,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하고 솜이를 따라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