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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를 낳고서 울었을까?

엄마 생일에 엉엉 운 사연

by 순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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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다. 엄마가 나를 낳았던 날에 울었는지, 웃었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3월 31일, 오늘은 엄마의 생일이다. 윤달에 태어난 엄마의 생일은, 계산상으로 2100년 이후에야 똑같은 날이 된다나 뭐라나.


타지 생활을 하던 나에게 엄마는 6년 동안 택배를 보냈다. 모두 조리되어 있어서 데워먹기만 하면 되도록 국을 살뜰히 끓이고, 식히고, 비닐에 또 나눠서 담고. 택배 상자에 넣고, 우체국에 이고 지고 가서 부치는 그런 일을 6년. 그때 한번은, 엄마는 내게 가득찬 박스 사이에 투명 비닐봉지가 있으니 꼭 찾아서 보라고 했다.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사랑하는 윤아!

하 - 정 - 윤!

이름도 이뿌고 맘도 이뿐 내딸.

나와 한 몸이었던 공주.

나보다 더 많이 생각나게 하는 공주.

생각하면 언제나 미소가 먼저 떠오르는 공주.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생활하길 바란다. - 엄마가-“


한 번은, 편지를 받은 그 기억은, 한 번의 기억이었다. 엄마의 사랑은 내가 태어난 이래로 내내 계속되었지만, 한번은... 그 한번은 그런 기억이었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보내준 사랑의 역사 속에 단 하나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 편지를 받고서 7년이 더 흐른 지금, 나는 33살이 되었고 아직도 무얼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고민을 했다. 하필 오늘. 다가오는 12월, 나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그와 관련된 대화를 하다 아빠와 조금의 다툼이 있었다. ‘제대로 먹고 살지 못하는 나’를 걱정하는 아빠가 현실을 앞세워 한 말이, 달라질 겨를 없이 살고 있는 내 미래에겐 꽤 큰 충격을 준 것이다. 방에 콕 박혀서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데, 엄마가 방에 따라 들어온다.


이불 위로 내 다리에 손을 얹으면서 연신 다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니네 아빠는 진짜 왜 그런다니?”

“모르겠어. 나 엄마 남편이랑은 같이 못 살겠어.”

못 살겠다는 말이 수문을 개방한 것처럼 그때부터 눈물이 나왔다. 평소 아빠랑 사이가 안좋았던 것도 아닌데, 아마 오늘이 힘들어서 그랬을 것이다.

“엄마, 나도 내 인생이 걱정 안 되는 게 아닌데. 나도 가끔은 내가 어떻게 내일을 맞아야하는지 모르겠어서 무서워. 무서워.”

눈물을 잠옷 소매로 마구 훔치면서 울었다. 엄마가 다리를 잡아주는 탓에 일어나 앉지도 않고, 어린 아기처럼 누워서 눈물을 베갯잇에 흘려댔다.

엄마는,

“우리 윤이는 잘하는 게 많아서, 길을 찾는 게 어려운 거지. 길을 못 찾는 게 아니야.” 그런다.

엄마는 오늘 생일인데, 나는 울어버렸다. 엄마가 애지중지 매일을 길러낸 내 하루, 그중에 하루가 힘들어서 엄마의 생일에 울어버렸다.


엄마는 나를 낳고서 어땠을까. 엄마를 닮은 내가 태어나서 기뻤을까? 30살이 넘도록 키웠는데도 어린애처럼 엉엉 우는 딸을 마주할 줄,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엄마 앞이 아니고서야 어떤 민낯도 드러내지 못하고 사는 나는, 가끔 엄마에게 철없는 소리를 한다.


“엄마, 돌아갈 수 있으면 과거로 돌아가서, 나를 낳지 말고 엄마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

그러자 엄마가

“아빠를 만나는 건 잘 모르겠는데, 우리 윤이는 또 만나고 싶어. 다음 생에도 만나고 싶고, 과거의 생이 있었다면 그때도 윤이가 엄마 딸이었음 좋겠다 싶을 만큼.”


나에겐 아무것도 없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점점 더 알 수 없을 만큼 큰 엄마의 사랑에 잠긴다. 엄마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내가 태어났을까. 내가 살아있었을까. 내가 이름을 불리며 살 수 있었을까.

엄마, 엄만 왜 나를 이렇게까지 사랑해? 엄마는 어떻게 나를 이렇게 매일 새롭게 사랑해? 생일의 끝자락, 먼저 잠이 든 엄마에게 묻고 싶다. 엄마는 나를 낳고서 어땠어? 엄마의 답은 알 것 같다.

엄마,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엄마와 함께 하는 매일이 나에겐 생일인데, 엄마가 나를 매일 생일처럼 챙겨줘서 그런 거겠지? 나는, 엄마를 만나는 날, 나를 이 세상으로 초대해 준 엄마가 너무 좋아서 엉엉 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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