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다고 하니 간밤의 사정을 모르는 엄마는 내가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러게 목도리 좀 챙겨서 다니라고 하니까 - 같은 걱정을 늘어놓으셨다. 목도리를 해서 거북목이 된 직장인의 목을 바로잡아줄 수 있다면 여름에도 하고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목도리는 보온의 기능이 있는 것이니 바다에 입수해도 손색없는 거북목을 가진 직장인에게는 필요가 없는 것이다. 며칠간의 강행군과 착실한 거북목 자세로 야근을 했더니 두통을 얻었다. 그리고 또 새로운 시나리오를 완성해서 며칠간은 쉴 수 있게 되었다.
귀여운 것만 다 모아모아 찍은 사진
쓰러지듯 잠든 것과는 다르게 잠을 설쳤다. 간밤에 외박(고양이가 다른 방에서 자는 경우)한 유자가 잠결에 뻗은 손 끝에 만져졌다.
'아... 유자네...'
평소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나는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것이 고양이테라피였다면 온몸에 뜸을 뜨는 기분이었고, 이것이 테라피가 아니라면 아마 암살 시도였을 것이다. 간밤에 또 전기장판의 리모컨 위에서 잔 유자가 장판의 온도를 5번까지 올려놓은 것이다. 나는 0번보다도 더 아래인 취침모드로 자는데 말이다.
장판에 닿는 살갗마다 너무 뜨거웠는데, 잠결의 내가 이불을 찬 것인지 또 살이 닿지 않는 곳은 추웠다. 앗 뜨거워와 앗 추워의 연속이었던 밤을 보내고 나니, 젓가락으로 만지면 겉은 타서 딱딱하지만 속은 녹다 만 냉동 군만두가 된 기분이다.
나는 광고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를 받았을 때와 일이 없을 때의 간극이 너무나 크다. 간밤에 다녀온 온탕과 냉탕처럼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그 사이를 빠르게 오가느라 쥐가 내리는 느낌. 중간이 있었으면 좋겠단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얼마 전 비광고계 친구가 야근을 한다고 해서 나도 모르게 8시?9시쯤에 마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친구의 입에서 나온 시간은 7시였다. 광고인으로서 7시면 이른 시간이 아니었던가. 광고인들은 아주 넓은 지평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최솟값과 최댓값이 더 커져서 중간값도 올라가는...... 그런 근무시간을 소화해낸다. 힘드네 어쩌네 앓아대도 결국 나도 이러한 일정에 적응을 해가고 있으며, 어쩌다 보니 중간값도 커져버렸다. 본의 아니게 말이다.
어쨌든 던져지면 다 하게 되는 것인가 보다.
화형식(?) 전날 밤은 또 유자가 전기장판의 버튼을 눌러서 꺼주었다. 전기장판이 고장 났나..? 하고 여겼는데 뜨거운 장판에 지져지던 날, 유자의 큰 그림이 있었음을 깨닫고 만 것이다. 유자의 온탕냉탕식 운영법에 모두가 잠든 밤에도 혹한 트레이닝을 한 나는 아주 강한 집사로 거듭나고 있다. 퇴사까지 몇 개의 프로젝트든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그리고 어떻게든 또 잘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