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골골송인데요?

직장인의 테마곡은 골골송

by 정윤

고양이가 기분이 좋을 때 내는 고롱고롱 소리를 흔히 골골송이라고 한다. 어떤 자세로 있건 이러한 고롱고롱 소리는 고양이가 행복하다면 날 수 있는 소리다. 조용할 때는 크게 들리고, 안 들릴 땐 몸통에 귀를 갖다 대고서 (한 대 맞으면) 들을 수 있기도 한 것이다.

고양이와 햇빛이라니. 따뜻함이 두배!


고양이들의 골골송은 인간의 불안함을 잠재워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효과가 내게도 도움이 된 것인지 집사 4년 차인 나도 깊은 불안에서 많이 벗어나게 되었다. 래서인지 직장생활도 잘하고 있다.


서당 집사 4년이면 골골송도 읊는다고, 골골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인들의 골골송을 심심찮게 듣는다. 하루는 갓 대학을 졸업한 옆 자리 동료가 "루테인도 먹는데 눈이 너무 건조해요."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내가 먹는 것도 한약, 비타민, 가끔 잊지 않는다면 유산균까지 세 가지나 챙겨 먹으며 골골송에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


조금만 바쁘거나 신경을 쓰는 일이 생기면 나 역시도 두통을 달고 살기 때문에 인간형 골골이라면 일가견이 있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고 나서부터는 정형외과적 골골이 추가되었다. 마우스를 움직일 때 손목이 아프고, 지난번에 서술하였듯 거북목이 되어가고 있다.


직장인이 얼마나 여리냐면,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 무릎에 염증이 생기기도 하고 바른 자세로 오래 앉아있을 힘이 없어 허리도 자주 아프다. 그러나 운동을 하러 갈 여력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골골대는 것이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 좋은 점 딱 하나를 꼽자면 직장인들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아픈 곳이 두서너 곳씩은 있기 마련이고, 이런 점을 서로가 알고 있다는 점이 좋다. 그래서인지 "아 요즘 무리 좀 했더니 손목이 아프네요?"같은 적당한 골골송이 재미있다. 지난밤 그녀는 나와 함께 밤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킨 야근 메이트가 아니던가. 이러한 이유로 옆자리 동료의 고통에 나의 아픈 곳을 하소연처럼 늘어놓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저, 각자의 비타민을 챙겨 먹다가 눈이 마주치면 나누어 먹게 되는 것과 좋은 영양제가 생기면 추천을 해줄 뿐이다.



고양이의 골골송과 직장인의 골골송은 여러모로 다르지만 같은 점도 있다.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절로 나온다는 것이다. 솜이와 유자는 좋아하는 깔개 위에서, 가족들 곁에서, 간식을 먹기 전에, 다양한 순간에 골골거린다. 나도 그렇다.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 위가 아파서 딴 건 못 먹어도 이건 먹어야겠다던가, 엄마 앞에서 한 번 더 앓는 소리와 함께 나뒹굴게 된다.


그만해야지- 싶으면서도 적당히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고양이의 앞발에 맞게 되더라도 귀 기울여 듣게 되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적당히 앓는 소리를 읊조리며 모니터를 바라본다. 오늘은 언제 집에 가나. 아이고.

간식 빨리 달라고~! (보리차박스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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