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의 좋은 점 알려준다

야근할 때 시간 말하는 사람이랑 겸상 안 합니다

by 정윤

오늘도 야근을 했다. 곧 마감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고등학생 때부터 갈고닦아 온 실력으로 하루의 가용 시간을 늘리는 재주가 있다. 밤새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조급한 마음도 사라진다. 야근도 그렇다. 우리 회사는 9시 이후까지 일을 할 때를 야근이라고 보고 저녁 식대를 지원해준다. 그래서 야근을 할 예정이라면 일찌감치 저녁을 먹으면 된다.


야근을 결심한 동료들과 저녁을 먹는 시간은 경건하지만 그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흡사 여고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별 것 아닌 일에도 꺄르르 웃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추임새는 한숨이 섞여 있다.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 믿기지 않았지만 8시 30분이었다. 7시 30분이면 좋겠다고 말하자 6시 30분이면 좋겠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속출했다. 다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10시쯤? 아니 11시쯤 집에 갈 수 있으려나 그런 속세의 시간 개념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뭐, 안되면 자고 내일 가야지 하는 생각까지 했다가도 늦게만 들어오면 뭐라 하는 고양이들이 눈에 밟혀 것만큼은 싫었다. 하지만 잠시나마 집에 내일 가야지 마음먹었던 순간, 여기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퇴근과 내일의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기적 같은 여유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광고인만의 아주 멋진 출근법데 비광고인들에게도 특별히 알려줘 본다.


어쩌다 보니 컨펌이 빨리 내려와서 의외로 집에 빨리 왔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집으로 향할 생각으로 사무실을 나갔다가 왔다. 지문을 찍고 들어오는데, "출근을 완료하였습니다."라는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출근 버튼을 찍은 것이다. 밤 11시 30분에 출근이라니... 6개월 만에 나는 정말 아주 멋진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앉았는데, 마지막으로 오타 한 번만 점검해 달라는 다른 직원분의 부탁에 감기는 눈을 부여잡고 파일을 켰다. 마찬가지로 잠이 오는 다른 직원분들도 함께 그 파일을 열었다. 한참 맞춤법을 검사하던 중, 한 분이 크게 외쳤다. "여기 마사지(mAssage)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거 맞나요?"

그러자 다른 직원분께서 메시지(mEssage)철자 맞는데요! 하고 외쳤다. 야근을 하니 모두 합쳐 대낮의 1인분도 못하고 꾸역꾸역 앉아 있었다. 실눈으로 톺아보는 여유로운 밤이었다.




집에 늦게 들어오니, 나만큼이나 긴 하루를 보내는 고양이들이 나를 반겼다. 유자는 열이 받았는지 저 멀리서 날아와 다리를 툭 때리고 사라졌다. 자주 겪는 냥차기였다. 내가 야근하는 날엔 아이들도 냥근을 하는지 내가 늦게 오는 만큼 에너지가 쌓여 늦은 밤까지 깨어있는다. 그래서 바로 잠에 들진 못한다.

그땐 철이 없었죠. 냥준을 보려고 구독를 하디니.

2차 냥근의 시작이다. 야근을 할 때는 절대 시간을 봐선 안된다. 냥근도 마찬가지다. 컨펌이 내려올 때까지 마음을 비우는 것처럼 냥님들이 주무실 때까지 거실에 앉아 야근과 냥근이라는 겹경사의 소회를 쓰며 그저 뜬 눈으로 기다리는 것이 집사의 소임일 뿐...


그렇다. 야근이 무에 좋을까. 사무실에 있는 내내 고양이가 보고 싶었다. 늦은 밤 남기는 프로냥근러의 하소연이다.


냥-하!(고양이를 보러온 구독자들 하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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