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짓이기고 지나간 그 길 위의 삶은, 아주 높은 확률로 이 땅에서 고작 몇 해를 보낸 아주 어린 생이다. 지난겨울에 태어난 아이라면 이제야 겨우 꽃이 피는 걸 보고, 오늘에서야 따뜻한 날도 있다는 걸 알게 된 아주 더딘 삶이다.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그 자릴 빠르게 떠난 당신 덕에 그 아이는 그곳에 남아 차가운 바닥을 이 세상의 마지막온기로 알 것이다.
비애의 마음으로 쓰는 이야기.
별 감흥 없이 살던 내가 기적처럼 솜이와 유자를 만났다. 솜이는 유독 햇빛을 좋아하고 두 아이 다 맑은 날에 창문으로 보이는 새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 별 것 아닌 것들을 사랑하는 작은 고양이들 눈에 비친 세상은 아주 컸다. 고양이들에겐 끝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매일 부지런히 날아온 까만 새들이 스쳐가는 세상이었다. 소박한 고양이들의 시선과 그들의 세계를 알고 나니 인간이 누리는 당연한 이 세상은 사실 대단히 장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감사한 것들이 많은 곳인지를 솜이와 유자를 만나서야 배워간다.
고양이에게 감동을 배워서인지 길 위의 고양이들을 보면 마음에 남는다. 지난 겨울, 아이들이 찬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옹기종기 붙어 있는 걸 보며 조금만 참아달라 기도했다. 작디작은 솜이 유자가 머무른 자리는 꽤나 따뜻한데도 길 위의 저 고양이들도 그만큼의 체온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 겨울바람은 그에 비해 너무 거대했다.
그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추운 날이면 이 추위에 잘못된 건지 걱정을 하곤 했는데, 날이 좀 풀려 걱정을 좀 덜었다. 나는 꽁꽁 싸매고 동동 거리면 바람을 피할 곳이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작은 몸에 인간이 만든 거센 세상을 그저 묵묵히 살아가기만 할 뿐이라 염치없는 인간으로서 매일 미안했다.
오늘도 안녕
길 위의 삶은 고요하며 길 위의 죽음은 모두 고독사다. 엄마가 구청에 전화하고서야 겨우 거두어진 작은 고양이 곁에는 아직 죽음을 모르는 고양이 한 마리가 또 있었다고 한다. 이미 차가운 아이를 연신 핥으며 생각했을 것이다. 저기 또 무서운 인간들이 걸어오니 이만 이 곳을 뜨자고. 몇 해 전, 집으로 돌아오던 오빠가 형체도 모르게 눌러져 간신히 도로 옆으로 밀어놓았다던 어떤 생명도 알아차리는 이가 없어 밤까지 그곳에 있었을 것이다.
길에 떨어진 차가운 동전 하나는 눈길이 가면서도, 길 위에서 차게 식어가는 고양이는 안중에도 없는 인간 세상이 가끔은 너무 무섭다.
고양이의 평균수명은 2년에서 16년. 엄청나게 큰 범위이다. 그건 집에서 사는 고양이가 오래 살 때 16년을 살고, 길 위의 고양이들이 길어야 2,3년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길 위의 삶이 그렇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이 다 삶을 위협한다. 인간들이 마구 망쳐놓은 날씨, 그들에겐 너무 거대한 자동차, 못난 마음을 채우려 허망하게 뺏어온 삶까지 살아보지 못한 작은 생명이 너무 많다. 인간이 하찮게 여기며, 모든 것을 다 죽여 없애버릴 기세로 누리는 것들을 지구 상의 것들을 고양이들은 너무나도 사랑한다. 이따금씩 모두가 죽고 난 지구에 인간만이 남은 끔찍한 세상을 상상해보곤 한다. 그땐 인간이 또 무엇을 파괴하게 될까. 그러니 부디 짧은 생, 소박한 길 위의 모든 생명을 너그럽게 봐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