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들은 어떻게 출근을 하나

직장인 모두가 마음만큼은 집에 두고 출근하겠지!

by 정윤

사무실이 추운 탓에 출근하기 전엔 꼭 외투를 하나 챙긴다.


바쁜 아침시간에 유일하게 가만히 서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떤 옷을 입어야하는지 옷이 많아서 고민하는 것은 아니지만, 옷장을 열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든다. 옷을 챙기면 나가야 하기 때문일까. 본능적으로 출근을 하기 싫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유자는 언제고 나를 따라다니지만, 특히 아침 시간에는 더욱 껌딱지가 되어 쫓아다닌다. 머리를 감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고르는 이 과정을 옆에서 빠짐없이 지켜본다. 특히, 옷장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옷장을 열면 유자가 쏜살같이 달려 가방을 쌓아둔 공간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눕는다. 줄이 달려있는 옷을 꺼내려하면 괜히 발톱으로 붙잡기도 하고, 들고 나가려는 가방을 깔고 앉아 있어 유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가방을 꺼내느라 소소한 실랑이도 생긴다.


예전엔 유자가 구석진 곳과 아늑한 것을 좋아하니까 옷장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대로 푹 쉬라는 의미에서 필요한 것만 챙기고 방을 나섰었다. 그러면 유자는 옷장에 있느라 내가 나가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최근 며칠간 출근하며 들은 바로는, 유자는 내가 나가고 나면 온 집안을 울면서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러다가 내가 없는 것을 알면 엄마의 다리에 누워 한참을 있다가 간단다.

옷장 속에서 빤히 본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유자는 옷장 안에 들어가 분주한 출근 시간대에 유일하게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의 나를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눈을 맞추고 싶었나하는 생각이 들어 못내 미안했다.


같은 방에 자면서도 유자와 나는 기상 시간이 다르다. 유자는 나를 깨우지 않고 주변에 조용히 앉아있거나 누워서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을 뜬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유자를 찾는 것인데, 유자는 집 어느 구석에 있다가도 나의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들리면 특유의 '구애앵'하는 소릴 내며 나를 반긴다. 귀가 어찌나 밝은지 놀라우면서도 긴긴 밤 나만 기다려준 유자가 고맙다. 이런 아침에 나를 보고 달려온 유자를 만져주지 않으면 밥을 먹는 동안에도 내내 쳐다보고, 자길 봐달라고 내 무릎을 때리기도 한다. 급기야 최근에는 밥을 먹는 내 무릎에 앉아 밥을 다 먹고 일어날 때까지 함께 있으려 한다.


인스타그램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님들과 가끔 소식을 주고 받곤 하는데, 사람들 사는 것은 다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회사를 다니던 집사들 중 일부는 결국 관두고 프리랜서가 되거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으로 옮긴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토끼같은 고양이를 두고 집을 나서기가 힘들 것이다. 출근한 지 딱 보름. 솜이유자를 두고 도저히 집을 나설 수가 없다. 그리하여 오늘도 내 마음은 끼여있다. 회사에도 집에도 머무르지 못해 집을 그리워하고 있다. 솜이와 유자도 나의 퇴근을 나만큼이나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오늘만큼은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는 특별할 것 없는 직장인의 소소한 바람으로 가득찬 근무시간이다.


출근시간에 굳이 모여서 뒹굴거리는 솜이와 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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