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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사유 Jul 26. 2022

백남준, TV 부처, 1974

출처 : 백남준 아트센터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TV 매체가 갖는 일방향 송신에 대한 비난에서 출발해 참여 TV로 발전되었다. “지난 10년간 나의 TV 작업은 관객의 참여를 위한 노력으로 일관되어 왔다.”라고 1971년에 백남준 자신이 밝힌 것처럼, 그의 작업은 상호교류 과정에 의해 이루어졌다. 


1974년에 제작된 백남준의 TV 부처는 매체의 취약성을 극복해 쌍방향 송신을 시각화했다. 상호 소통이 불가했던 기존의 TV에 폐쇄회로를 설치해 소통을 조작한 모습을 보인다. 


TV 매체의 또 다른 취약성은 문화 보급보다 홍보와 오락에 치중하는 경향에 있었다. 백남준은 재미의 상징인 TV에 미동도 없이 앉아있는, 그야말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부처의 얼굴을 넣어 풍자와 해학을 동시에 유발했다. 부처 자신은 그것을 무척 열심히 보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로부터 시작된 이미지는 우리가 보고 있는 부처 중 무엇이 온전한 것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만질 수 없는 TV 속 부처야말로 닿을 수 없는 신의 모습에 가까워 보인다. 자기 모습을 타인의 것으로 착각하고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르는 부처는 그 자신과 끊임없이 상호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1초 전에 폐쇄회로를 통해 비친 자신이 1초 뒤의 모습과도 동일한 것은 연속성이 있는 자아 동일성 개념을 떠올리게 만든다. TV라는 타인 속에 있어도 부처 자신이라는 사실은 유지된다.


그림자나 나르키소스의 거울 반영은 자연적 현상인 것에 반해, 비디오 반영은 피드백 원리를 이용해 현상을 통제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TV에 어깨까지만 잘린 부처가 나타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표상하게 만들어 긴장감을 준다. 둘 중 누구도 이길 수 없고, 하나가 사라지면 나머지 하나가 온전해지지 못한 관계는 자신의 자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백남준은 유럽 체류 기간이 길었지만, 한국사를 공부하고 동양 철학을 공부하는 등 한국의 얼에 가까운 작업을 많이 했다. 타고난 천재성도 있었지만 많은 공부를 통해 통찰력을 길렀고 작품으로 연결한 점은 본받을 만하다. 과거를 알고 현재를 알아 미래를 내다보는 법을 그의 작품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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