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탐방기 2편
미국에 와서 직접 장보고 밥을 해 먹는 것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장보기가 마트 한 곳에서 휘리릭 끝나지도 않는다. 이건 여기가 좋고 저건 저기가 좋고 하다 보면 결국 마트 세 개는 가야 일주일치 식량을 장만할 수 있다. (직접 사 먹어본 경험과 한국인의 후기를 고려했을 때, 트레이더 조에서는 냉동식품과 조미료를, 홀푸드에서는 야채와 고기를, H Mart에서는 한국 식재료를 사는 것이 좋다.)
흔치 않은 미국 뚜벅이는 한국 식재료만큼은 Wee라는 온라인 마트에서 구매하고 배달로 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비싸다고 소문난 H Mart보다 가끔 더 비싼 느낌이라 어쩔 수 없이 H Mart 까지도 비척비척 걸어간다.
자주 가는 H Mart는 Central Station에 있는 곳이다.
https://maps.app.goo.gl/8tqUqEtb6qk28iMZ6
입구에 파리바게뜨도 있어서 너무 달고 짠 미국 베이커리에 호되게 당했을 때 한국의 흔한 맛을 되새기기 좋다. 미국의 다른 마트들처럼 규모는 엄청 크다. 한국에서 먹었던 것은 여기서 다 구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워하던 냉동 붕어빵, 한국식 짜장면, 냉면, 들깨수제비, 그리고 무엇보다 짱구 과자를 산다. 미국 과자도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편이지만 짱구에는 미국 과자들이 흉내 내지 못한 조청맛(?)이 있다. 하나에 7천 원이라서 아껴 먹는다.
'언제든지'가 붙는 것을 우리는 잘 미룬다.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집 근처 공원은 피곤할 때는 가기 귀찮고 나가고 싶을 때는 시시하고,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굳이 서둘러 약속을 잡지 않고,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맛있어도 좀처럼 자주 먹지 않는다. 날 잡고 떠나는 여행과 시간 맞추기 어려운 사람과 여기서만 맛볼 수 있다는 음식은 애정하고 잘 챙긴다. 그러다 보면 결과적으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이 특별한 것에 밀려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았던 것들이 된다.
짱구가 나한테 그랬다. 너무 맛있었지만 베이커리 탐방을 하느라 항상 밀렸던 편의점 흔한 과자.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과자가 아니게 된 지금은 7천 원을 내고도 사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