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트롤로프-버지니아 울프-피터 브라운의 연결 고리
Anthony Trollope, "An Autobiography and Other Writings",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Virginia Woolf, "Selected Essays", Oxford University Press, 2008.
프린스턴 대학의 피터 브라운 선생은 자신의 자서전("Journeys of the minds", 2023)을 구상하고 집필하는 과정에서 영국인 소설가 앤서니 트롤로프(1815-1882)의 자서전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빅토리아 시대(1837-1901)'를 살아간 트롤로프는 런던 출신이지만, 젊은 시절 우체국 공무원으로 아일랜드에서 파견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아일랜드를 소재로 삼은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한때 정치에 뜻을 품으며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지만 좌절을 겪었고, 이후에는 미국을 수시로 방문하며 마크 트웨인, 롱펠로 등을 비롯한 다수의 동시대 미국 작가들과 교류했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영국에서 공부하고 가르쳤고, 결국 미국 대학에 정착한 피터 브라운 선생이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로 트롤로프를 꼽은 맥락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트롤로프가 생전에 면밀히 구상하고 집필해 둔 자서전은 그의 뜻에 따라 사후에 출간되었다. 아들(Henry Merivale Trollope, 1846-1926)이 기록한 서문(Preface)에 따르면, 트롤로프는 생애 말년(1878)에 자서전에 관한 사항들을 전하면서 자신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원고를 열어보지 않도록 당부했다고 한다. 동봉된 편지에는 출판과 편집에 관한 재량을 모두 아들에게 맡길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는데, 아들이 '서문'을 남긴 것 역시 트롤로프의 지시사항에 포함된 내용이었다.
유럽의 19세기는 개인의 자서전, 또는 회고록(memoir)이 인물 또는 작품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기 시작한 시기이다. 뿐만 아니라 제3자의 관점에서 한 인물의 생애에 주목해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전기' 집필 역시 활발해진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는 "The Art of Biography"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픽션'과 대조되는 전기의 집필 방식과 의미에 대해 섬세하게 서술한다. 울프 자신도 동시대 화가 로저 프라이(Roger Fry, 1866-1934)의 전기를 집필한 작가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트롤로프가 세상을 떠나던 해 런던에서 태어났다.)
트롤로프의 자서전 형식을 바탕으로 생애의 학술 활동에 초점을 맞춘 '정신의 여정'이라는 독특한 자서전을 완성한 피터 브라운 선생은 일찍이 서른 초반에 집필한 아우구스티누스 전기("Augustine of Hippo", 1966)로 본격적인 역사학자의 길에 들어섰다.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지 못한 피터 브라운에게 이 책은 이후 그의 연구 활동에서 박사논문 그 이상의 권위와 정체성을 부여해 준 의미있는 업적으로 평가된다.
뉴욕시립대학교(CUNY)의 Graduate Center에는 '전기와 회고록/자서전'(BIOGRAPHY AND MEMOIR) 석사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과거이든 현재이든 의미있는 공적(public) 인물들의 전기 또는 자서전에 더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