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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shun Jan 31. 2016

클래식을 위한 일본어

11. 悲愴 [ひそう]

음악용어는 아니지만,

클래식 음악의 유명한 한자어 제목 중 하나인

'비창 / 悲愴' 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제목은 프랑스어 Pathétique를 한자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비창'이라는 글자와 제목 자체의 명성에 비해,

정확한 의미보다는 막연한 이미지만이 공유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같은 제목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op.13 (Sonata no.8 ‘Pathétique’, c / Grande sonate pathétique’)

차이코프스키의 심포니 op.74 (Symphony no.6, b (‘Pathétique’)) 를 꼽을 수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悲愴連弾(Piano 4 hands)으로 편곡되기도 했습니다.)


Pathétique

그리스어의 πάθος (Pathos)에서 유래한 말로

감동적, 열정적, 격정적, 비장함 등의 해석이 가능합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독일 출신의 베토벤과

러시아 출신의 차이코프스키가 모두

같은 프랑스어 단어를 제목으로 붙였다는 점입니다.


두 작품이 같은 제목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음악사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두 작품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내려는 연구도  

드물게나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Pathétique 을 悲愴이라고 번역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 듯합니다만,


오늘날 일본어에서는 Pathos에 관해

별도의 번역어를 사용하는 대신,

철학용어로 그 자체로 パトス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 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참고로 悲愴 일본어 발음은 같지만

의미는 조금 다른 悲壮[ひそう]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경위가 어떻게 되었든

悲愴 일본 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 등 한자 문화권에서

다른 표현을 대체할 수 없을만큼

이미 널리 정착되어 사랑받는 제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4년 SBS 드라마 '결혼'의 주제곡으로

당시 가요 차트에서 상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얻었던

이상우의 '비창'이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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