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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shun Feb 01. 2016

클래식을 위한 일본어

12. 協奏曲[きょうそうきょく]

協奏曲은 concerto의 번역어입니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concerto라는 말은

'경쟁하다', '논쟁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16세기 경 음악사에 등장한 concerto라는 음악 형식은

바로크 시대에 접어들면서 concerto grosso 형태로 정착했습니다.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크게 둘로 나뉜 연주그룹이 서로  주고 받으며 연주하는 이러한 방식은

合奏協奏曲[がっそうきょうそうきょく]이라고 번역됩니다.


J.S.Bach(1685~1750)의

Brandenburgischen Konzerte (BWV 1046~1051)

이와 같은 合奏協奏曲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한 명의 연주자가

다수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집단과 주고 받으며 연주하게 되면,

solo concerto, 즉 独奏協奏曲이 됩니다.

고전주의 시대에 자리잡은 이러한 연주형태는 오늘날까지도

concerto의 대표적인 연주방식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근대 초기 일본에서는 한때

concerto의 어원에 담긴 뜻에서처럼,

경쟁과 대립이라는 의미를 반영해

競奏曲[きょうそうきょく]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반면 協奏曲이라고 할 때 

화합, 도움, 협력 등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어울림을 나타내는 '협화'라는 말에도

같은 協을 써서 協和[きょうわ]라고 합니다.


協奏曲은 대립하여 경쟁하고, 논쟁하면서도

서로 간의 조화를 유지하며 진행되는 점에 주목한 표현인 듯합니다.

오늘날에는 競奏曲 대신 協奏曲이 우세한 용어로 정착하게 되었지만,

사실 concerto라는 말 뜻은

이 두 가지 표현을 모두 아우른다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이탈리아어 concerto를 그대로

카타카나로 옮긴 コンチェルト도 널리 사용됩니다.

특별한 원칙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글자로 쓸 때에는 協奏曲

소리내어 읽을 때에는 コンチェルト

라고 하는 관행이 있는 듯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信長協奏曲"의 제목은 한자로 되어 있지만,

읽을 때에는 [のぶながコンツェルト]라고 합니다.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信長協奏曲의 원작만화 이미지 (石井あゆみ 作)


일본어의 장점이면서도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OO라고 쓰고 OO라고 읽는다'는

실제로 이렇게 활용되곤 합니다.


여담이지만

'OO라고 쓰고 OO라고 읽는다'는 문구는

우리말에서도 종종 장난스럽게 사용되곤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일본어와 달리 읽기와 쓰기가 일치하는 우리말에는

적용할 수 없는 표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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