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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shun Feb 02. 2016

클래식을 위한 일본어

13.  いろは二ほへと

우리가 '도레미파솔라시' 라고 흔히 부르는 음의 이름은

do-re-mi-fa-sol-la-si 의 순서로 진행되는 이 음절들은

중세 라틴어 성가  "Ut queant laxis"의 가사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중세의 세례요한 찬가 "Ut queant laxis"


위 악보의 가사 중에서 진하게 표기된 각 소절의 첫 음절을 차용해서

Ut-Re-Mi-Fa-Sol-La 가 되었고, 이후 Ut은 Do로 대체되었습니다.  

또한 노래의 맨 마지막 부분 Sancte Johan의

머릿 글자를 합쳐 Si가 되었다고 알려집니다.


영어권에서는 기본 음 la를 첫 음으로

각 음마다 알파벳을 대응시켜 사용합니다.   

la-si-do-re-mi-fa-sol의 순서는 각각

a-b-c-d-e-f-g 에 해당합니다.


a가 do 음이 아니라, la 음에 해당한다는 것에 주의해야겠습니다.  


근대 서구화 초기 독일 학문의 전통을 직접적으로 계승했던 일본에서는

독일식 음이름 표기법을 중심으로 받아들였습니다.

A-H-C-D-E-F-G 로, 영어권에서의 B음을 'H'로 표기합니다.

(독일에서 B음은 영어권 음이름의 B♭에 해당합니다. )


현재에도 일본의 클래식 음악 관련 이론서에는

이러한 독일식 표기법을 많이 따르고 있습니다.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와서,

오늘의 주제어인 いろは二ほへと는 일본식 a-b-c-d-e-f-g 입니다.

원래 이러한 글자 배열은

47개의 히라가나 문자를 한 번씩만 사용해

만들어진 문장을 가사로 부르는 "いろは歌" 전통에서 유래합니다.


과거의 일본 문서나 자료 등에는

일련번호나 항목 등을 표기할 때,  いろは二ほへと의 순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대체로 'あいうえお順'을 사용하는 추세여서

いろは 식의 나열법은 자주 접하기 어렵지만,

음악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명칭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1940년대 전쟁 시기에 접어들면서

일본에서는 외래의 문화를 배제하고 일본 고유의 정신과 문화를 앞세우려는

강한 정책적 제도적 시도가 있었습니다.


ラシドレミパソ 또는 AH(B)CDEFG등으로 표기하던 음 이름

いろは二ほへと가 된 건 바로 이 시기입니다.


당시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每日申報" 1942년 11월 2일자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音感識別의 能力-樂器와 친하면 訓練된다" 기사 본문 中


서양식 음이름을 쓰지 않고, 일본어로 된 음이름을 외우도록

어린이들에게 교육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광복 이후 우리말에서는

가-나-다-라-마-바-사 라는 고유 음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


일본어로 표기된 클래식 음악 제목을 읽을 때에

일본어를 아무리 잘 알고 있다 해도  

이 음이름에 익숙하지 않으면 당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연재 초반에 다루었던「ベートーヴェン 第九」의 경우,

일본어로는 交響曲第9番 ニ短調 作品125라고 하고,

독일어 제목은 Sinfonie Nr. 9 d-moll op. 125입니다.


いろは二ほへと 는 abcdefg 의 순서에 해당하므로,

d-moll을 ニ短調라고 표기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moll은 독일어로 minor, 단조를 뜻합니다).


마무리 하면서, 간단히 퀴즈입니다.  

다음의 곡 제목에 표기된 조 이름을 맞춰보세요.

 

ハイドン  ピアノソナタ第7番 ハ長調

モーツァルト 弦楽四重奏曲第14番 ト長調 K.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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