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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shun Jun 14. 2016

클래식을 위한 일본어

27. 初演魔[しょえんま]

<클래식을 위한 일본어> 연재를 시작할 때 

첫번째 키워드로 初演[しょえん]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初演에 관련된 표현 중에서,  

初演魔[しょえんま]라는 조어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글자 그대로 初演+로 구성된 합성어 입니다. 

새로운 작품의 공개연주, 이른바 '초연'을 부지런히 소화하는 연주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는 악마, 잡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는

魔[라는 표현 대신

-狂이라는 말을 더 익숙하게 사용하는 편인 듯합니다. 

오히려 는 심각한 사건이나 비난의 의미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어떤 일에 특별히 집중하거나 집착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魔[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느끼는 만큼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음악사에 나타난 큰 변화 중에는

녹음 기술의 등장과 음반 업계의 형성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알려진 작곡가들은

뛰어난 연주자인 경우가 많았고, 

직접 자신의 작품을 초연하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쳐 녹음 시대에 접어드는 가운데 

작곡보다는 연주에 몰두하는 전업 연주자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20세기 음악사의 또 다른 특징은 지휘자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근대 도시의 형성과 함께 각 지역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결성되면서 

기존에는 역시 작곡가와 연주자가 겸업하던 지휘의 역할을

전문 지휘자들이 담당하게 된 것입니다. 


初演魔에 해당하는 인물들 중에는

바로 이와 같은 초기의 전문 지휘자들이 많이 포함됩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서 1900년부터 1970년 사이에 이루어진 

주요 작품의 '초연' 목록에 따르면 

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wski, 1882-1977)와 오만디(Eugene Ormandy, 1899-1985) 

단 두 사람의 지휘자가 약 170곡에 이르는 작품의 초연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밖에도 크세비츠키(Serge Koussevitzky, 1874-1951), 

우드(Henry J. Wood, 1869-1944) 등의 지휘자가 대표적인 初演魔로 알려집니다.

일본인 지휘자 이와키 히로유키(岩城宏之, 1932~2006)는 

활동 기간 중에 무려 2천 곡이 넘는 작품을 초연하면서

기네스북에까지 등재되는 기록을 세운 인물입니다. 


初演[しょえん]은 신작이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최근에는 클래식 음악 뿐 아니라 대중음악 영역에서도 

신작보다는 지나간 음악들에 초점이 더 맞춰지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물론 과거의 작품을 반복해 연주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우리 시대에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참신한 새로운 음악과

우리시대의 더 많은 初演魔들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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